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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IN MY FILM

파리의 골목길을 돌아보다

아기자기힌 그 골목길을 걷다보면 비로소 그 동네를 알 수 있다.

by 민진킴

Paris, France


On the Road of Paris 1


나는 유명한 관광지를 다니는 것보다 그 주변 골목길을 다니는 것이 더 좋다. 아기자기하고 복잡한 그 골목길들을 걷다보면 비로소 그 동네를 알 수 있다. 관광지 주변이다보니 아무래도 관광객이 많지만, 유명한 박물관, 미술관, 성당을 보는 것보다 훨씬 인간적이다. 밖에서 사람들이 식사하는 걸 보는 것도 재밌고, 때론 가게 주인들이 나와 이야기를 하는 풍경도 볼 수 있다. 걷다보면 예쁜 엽서를 파는 가게를 만나게 되어 충동구매를 할 때도 있고, 예쁜 책방 앞에서 바라보기만 할 때도 있다. 걷다가 다리가 너무 아플 땐 예쁜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한잔 시켜놓고 내가 좋아하던 골목길 풍경의 일부가 되어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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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듯 서로 다른 건물들이 마주보고 있고, 쭉 뻗은 길이 보인다. 저 위로 뻗은 길을 찍고 싶었다.



이 골목들엔 다양한 먹거리를 팔고있었다. 커피와 빵 뿐만 아니라 피자, 스파게티를 비롯해 케밥, 기로스, 타코 등을 파는 가게들이었다. 배가 출출해져서 적당한 케밥집에 가서 자리를 잡았는데 맛은 그저 그랬다.



나는 항상 맛있는 음식을 고르는 데 실패했다. 맛있는 것을 그 누구보다 좋아하지만 유독 여행중엔 그런 열정이 솟아나지 않았다. 먹는 것보다는 보고, 걷고, 사진을 찍는 데 집중했다. 그래서인지 여행 도중 맛있는 것을 먹어 본 것이 손에 꼽는다.

이 날도 그랬다. 트립 어드바이저를 켜서 맛집을 검색할 수도 있었지만, 귀찮음과 힘듦이 나를 덮치는 순간, 그냥 입안에 무엇을 넣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수 많은 거리 음식 중 허기나 떼울 심산으로 케밥을 먹었는데, 빵집 들어가서 바게트와 커피한잔을 하는 게 훨씬 나았을 뻔 했다. 차라리 피자나 먹을 걸 그랬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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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맛있는 것을 못 먹은 아쉬움은 그리 크지 않다. 전혀 아쉽지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미련이 남진 않는다. 하지만 사진을 많이 못찍은 것은 두고두고 아쉽다. 앞선 글에서 그랬듯, 에펠탑의 필름 사진이 없는 것도, 파리다운 골목길을 많이 찍지 못한것도 계속해서 아쉽다.


그래서 우리는 또 여행을 떠나나보다. 각자 저마다의 아쉬움이 있어서 그 아쉬움을 달래고자, 다시 그 곳을 찾기도 하고, 새로운 여행지를 찾기도 한다. 나는 파리에 언제 다시가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까? 만약 가게 된다면 더 세심하고 부지런하게 구석구석을 좇아야겠다.





[Info]
파리 필름사진.
네츄라 클래시카 + 10년묵은 수페리아 후지필름.
2016년 3월에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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