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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IN MY FILM

파리의 낭만에 대하여

오래된 것이 가득하고, 사랑하는 영화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곳.

by 민진킴

Paris, France


On the Road of Paris 2



노트르담 대성당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이 날도 무작정 집을 나서서 강변을 걷고 다리를 건넜다. 빈티지 포스터를 파는 곳도 만나고, '어린 왕자'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카페도 마주쳤다. 아기자기한 책을 팔고있는 책방도 볼 수 있었다.


나는 빈티지를 참 좋아하는 편이다. 구제 옷을 자주 사입고,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중고 서점이나 헌책방에 가서 책을 사오기도 하고, 면허도 없지만 클래식 카를 보면 그저 갖고싶다. 이런 나에게 파리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새 것'의 흔적을 느끼기 어렵지만, 100년 전의 파리를 어렴풋이 상상할 수 있게 하는 도시였다.


이처럼 파리에서는 곳곳에서 '오래된 것'들을 파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날도 빈티지 포스터를 파는 노점상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하나 사 볼걸, 아직도 후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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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14-2.JPG?type=w966 예쁜 책방이었는데 들어갈 엄두는 못내고 기웃기웃 거리기만..




노트르담 성당 주변엔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가 있다는 소식은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우연히 마주치게 될 줄이야! '비포선셋'의 제시와 셀린느가 우연히 마주치듯, 나도 이 서점을 그렇게 만났다.


비포 시리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다. 최고의 로맨스 영화를 꼽으라면 단연 비포 선라이즈를 외치겠다. 그리고 '사랑'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 비포 미드나잇을 한 번 보세요.'라고 말하겠다.


'비포 선라이즈'가 오스트리아 비엔나였다면, '비포 선셋'은 파리이다. 파리는 정이 넘쳐나는 따뜻한 도시는 아니었다. 다들 시니컬함이 몸에 베어 있는 듯 했다. 하지만 낭만적인 것은 틀림없다. 내가 사랑하는 영화의 흔적을 보게 된다는 것, 우연히 지나가면서 제시와 셀린느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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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계신 남성분까지 어찌그리 낭만적이신지. 제시와 셀린느가 걸어놓은 파리의 마법에 걸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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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인 파리에도 나왔었던 카페인데, 나는 그보다는 비포시리즈의 열렬한 팬이라.. 온통 그생각 뿐이었다.
사람이 너무 우글대서 오래 있지 못하고 나왔는데, 아쉽게도 너무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버려 영화속 그 느낌을 느껴보기란 어려울 듯 하다.



오래된 것이 가득하고, 사랑하는 영화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충분히 낭만적인 도시 아닌가. 다들 '낭만적인 도시, 파리-'라길래 '뭐가 그리 예쁘다고-?'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을 살짝 반성해본다.





[Info]
파리 필름사진.
네츄라 클래시카 + 10년묵은 수페리아 후지필름.
2016년 3월에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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