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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킴 Jun 05. 2018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는 필름카메라, 네츄라 클래시카

3년간의 네츄라 클래시카 사용 후기

네츄라 클래시카를 사용한 지 만 3년이 넘었다. 3년이나 지난 지금, '사용 후기'라는 이름으로 글을 적는 것이 참 웃긴 일이다. 하지만 3년 정도 쓰니 카메라의 장단점이 제대로 보이기에 나의 사용후기가 더욱 도움이 될 수있겠다 싶었다.


참고로 나는 여행을 가거나, 친구들과 놀러갔을 때 이 친구를 데려간다. 주로 낮에 사진을 찍고, 지나가는 풍경 위주로 찍는다. 하지만 최근엔 친구들의 모습도 찍고, 밤에 찍기도 한다. 요즘은 그냥 아무거나, 내 마음 내키는대로 사진을 찍는 편이다.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난다.


나는 사진을 낮에, 풍경 위주로 찍었기 때문에 이 친구가 어두운 곳에서 얼마나 강한지 잘 모르고 살았다. 조금이라도 어두운 곳에서 찍으면 어찌나 경고음을 울려대는지 '노출이 안맞나 보다'라며 지레 겁먹고 카메라를 내려놓은 적도 많았다. 하지만 얘가 엄살이 좀 심했던 것이었다. 이 친구의 매력은 어두울 때 더욱 돋보인다. 




1. 야외 촬영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노출이 부족하다며 경고음을 울려댄다. 하지만 이것은 네츄라 클래시카의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 한 것이다. 네츄라는 어둠속에서도 곧잘 사진을 뽑아낸다.

부다페스트, 해질 무렵

적당한 빛만 있다면 어둠 속에서도 피사체를 잘 잡아낸다. 왜 그렇게 경고음이 크게 울리는 지 도통 모를일이다. 개인적으로는 밝을 때보다 어두울 때 필름 특유의 질감, 분위기를 더욱 잘 살리는 것 같다.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사실 난 이 사진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플래시도 터트리지 않았고, 심지어 움직이는 유람선 위에서 찍은 사진이다. 감도 200짜리 필름으로 찍었는데 이 정도로 잘 잡아냈다. 물론 저 부다페스트의 국회의사당이 굉-장히 밝았지만 건물의 모습과, 다리의 형상이 이 정도로 잘 나왔다는 것은 카메라 덕인 것 같다. (물론 주관적인 내 의견이다.)





이것도 보고 꽤 놀랐던 사진이다. 


왼쪽 사진은 해가 거의 저물어서 주위가 어둑했다. 하늘은 저리 밝지 않았다. 하지만 자기 나름대로 하늘을 밝게 만들고 달을 예쁘게 잡아내어 내 맘에 드는 사진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산의 명암과 디테일이 살아있는 것이 놀라웠다. 실루엣만 보일 줄 알았는데 농담이 제법 잘 살아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제 완전한 저녁이 되었을 때 찍은 사진인데, 이 역시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고 찍은 사진이다. 달이 굉장히 밝게 나왔지만 하늘의 색과 나무들의 실루엣이 잘 어우러져 이 역시 내 맘에 드는 사진이 탄생했다.





2) 실내


실내는 평범하게 맑은 날이라도 빛이 많이 들지 않으면 광량이 부족해진다. 낮의 햇살과 조명이 눈부신 곳이 아니라면 대부분 광량부족이다. 하지만 네츄라는 실내도 잘 담아낸다. '내 생각보다 더' 분위기 있게 잘 담아내서 놀랐던 적도 제법 있다.

바르셀로나 대성당

바르셀로나 대성당은 실내가 어둑어둑했다.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나 채광창이 많이 보이지도 않았고 조명도 거의 없었다. 제단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지만 제단 뒤쪽 천정의 디테일, 왼쪽 벽면의 모습, 언뜻언뜻 보이는 사람들의 실루엣은 제법 잘 살아있다. 



세비야의 알카사르

이건 세비야의 알카사르였다. 이슬람 건축양식 덕분에 실내가 아주 어두컴컴했다. 조명도 거의 없었고, 슬며시 들어오는 자연광이 전부였다. 하지만 바닥의 무늬라던지 벽의 타일 모양이 제법 잘 보인다. 


이렇듯, 어둠속에서도 네츄라는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어둠속에서 필름 특유의 질감이 더욱 돋보이고, 분위기도 필름스럽게 잘 잡아낸다. 




여기서부터는 한국에서 찍은 서점, 카페이다. 위의 서점은 비가오는 날이었고, 아래 카페는 맑은날이었지만 창가를 제외하고서는 빛이 크게 들지 않았던 곳이다. 


사실 실내에서 필름카메라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평범한 장소라도 '분위기 있게' 담아주기 때문이지, 공간의 모습을 정확히 담아내기 위한 목적은 아니다. 그렇기에 내가 찍은 사진과 실제 모습은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나는 건축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담아내는 것일 뿐이다.


퀸마마마켓의 파크

이렇게 노란 조명을 사용하는 공간은 아니었다. 내 기억엔 백색 조명에 가까웠던 것 같다.


서촌의 프로젝트 온더로드

이 카페도 이렇게 어둡지 않다. 밖에 있는 나무에게 초점을 맞추었더니 노출도 그쪽에 맞추어진 것 같다.






암부를 잘 찾지만, 명부를 잘 못찾는다.


모든 것에는 일장일단이 있는 법이다. 그만큼 명부의 디테일이 약하다. 보통 나는 감도 200짜리 필름으로 사진을 찍는데, 100으로 찍으면 조금 다르려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이 날은 눈도 못뜰 정도로 강한 볕이 내리쬐는 날이었다. 하지만 사진은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 그냥 약간 흐린 날 같이 보인다. 파란색 하늘, 초록색 산, 푸른 바다가 잘 나왔으면 하고 바랬지만 무엇하나 잘 나오지 않은 것 같아서 섭섭하다.



덕수궁

이 사진 역시 밝은 곳의 바닥 디테일은 완전히 뭉개져버렸다. 사실 별 디테일이 없는 모래바닥이긴 했지만 그래도 하얀 장판을 깔아놓은 것 같지는 않았다. 초기에는 내가 쓰는 필름이 문제가 있나, 혹은 스캔 받을 때 문제가 생긴건가 싶었지만 그냥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사실 네츄라 클래시카는 실내용, 인물용으로 카메라가 제작되었다고 들었다. 그래서 확실히 어두운 곳이나 빛이 많지 않은 실내에서 강하다. 예전에는 저녁에는 카메라를 잘 가지고 나가지 않았는데, 어두운 곳에서도 사진이 잘 나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그냥 어두운 곳에서도 막 찍는다.







Natura Classica 기본 정보

글을 다 쓰고보니 카메라 소개를 하지 않았다. 네츄라클래시카는 후지필름에서 나온 똑딱이 필름카메라이다. 이렇게 생겼다. (>>>>>>>>)

카메라가 아주 가볍지만 플라스틱 바디인만큼 상처도 잘 생긴다. 새 제품을 샀었지만 3년을 넘긴 지금, 바디 전체가 기스이다. (ㅠㅠ) 하지만 깔끔한 디자인과 휴대하기 편리해서 얘 만큼 많이 들고다닌 카메라도 없었다. 광각 카메라에 가깝고 줌도 된다. (28-56mm, f 2.8-5.4이다.) 수 많은 똑딱이 카메라들이 있지만 이 정도면 아주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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