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밥 먹고 카페 가자."
누군가와 만날 때 자주 듣는 혹은 하는 흔한 말이지만, 상황에 따라 이 말이 가지는 의미는 묘하게 달라진다. 누군가는 핫플레이스에 가보고 싶어서, 누군가는 입가심을 위한 맛있는 커피를 먹고 싶어서 혹은 누군가는 이야기를 더 나누자는 의미로, 우리는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카페를 찾곤 하니까.
"언니, 부산 언제 내려와? 요즘 광안리에 핫한 카페 많이 생겼어."
다빈은 종종 신상 카페를 많이 찾아놨다며, 나에게 언제 부산에 내려오냐 묻는다. 블로그 활동을 열심히 하는 다빈을 만날 때, 우리는 밥을 먹지 않고 오로지 '카페'를 가기 위해 만난다. 근황 토크는 밥을 또는 술을 먹으면서도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우리는 꼭, 굳이, 새롭게 오픈한 예쁜 카페를 찾아내 2-3곳 정도를 들린다.
누군가는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해?'라고 묻곤 한다. 기왕이면 감각적이고 예쁜 공간을 구경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좋지 않나? 요즘엔 어디가 핫한가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 핫한 곳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기도 하고, 또 운 좋으면 인생샷도 남길 수 있으니까.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요 근처에 되게 맛있는 드립커피집 있어요. 거기 가요."
점심을 함께 먹은 회사 동료가 나에게 회사 앞 카페에 가자고 한다. 갈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점심을 먹어서인지 깔끔한 드립커피가 정말 간절했다. 그래서 동료와 함께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5분 정도 걸었나. 도착한 곳은 사람 앉을 테이블이 두세 개 밖에 없는 자그마한 테이크아웃 카페였다. 그곳에서 나는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인 드립커피를 시켰다. 첫 모금을 딱 마시자마자 내가 외쳤다.
"오, 커피 되게 맛있어요!"
산미가 없고 고소한 맛이 강한, 아주 깔끔한 드립커피를 알게 되어 기분이 좋아졌다. 앞으로 맛있는 커피가 먹고 싶을 땐 이 카페를 찾게 될 것 같다.
"요 근처에 카페 뭐 있냐? 아무 데나 자리 있는데 가자."
우리는 안국역의 핫하다는 카페를 찾았다. 다들 쟁반에 빵을 한가득 담아서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고, 토요일 오후인 만큼 한옥 마루는 사람들로 빼곡히 차 있었다.
"와, 사람 엄청 많다. 우리 여기서 꼭 먹어야 해?"
"아니."
우리는 발걸음을 돌려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물론 공간은 예뻤고, 사람이 없었다면 그곳 마루에 앉아 커피와 빵을 먹었을 테다. 하지만 우리는 핫플레이스보다는 함께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필요했고 망설임 없이 그곳을 빠져나와 널찍한 테이블과 사람이 없는 스타벅스로 갔다. 가서 두 시간 정도 마음껏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요즘 길거리를 둘러보면 제일 쉽게 눈에 띄는 게 카페이다. 한 집 걸러 한 집이 카페인 요즘, 웬만큼 새롭지 않고서야 사람들은 새로운 카페에 주목하지 않는다. 그 누군가가 핫플레이스를 찾고자 하는지, 맛있는 커피를 먹고자 하는지, 편하게 이야기 나눌 곳을 찾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렇게 넘쳐나는 카페 때문에 우리는 꽤 편하게 우리의 욕망을 실현하곤 한다. 맛있는 커피를 먹고 싶을 때, 조용히 책을 읽고 싶을 때, 인생샷을 남기고 싶을 때, 맛있는 디저트가 먹고 싶을 때 우리는 이제 카페로 향한다. 현대인들의 욕망을 가장 쉽게 해결해줄 수 있는 곳이 다름 아닌 카페로 바뀐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