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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위한 커피

<카페>

by 선아키


카페에 관한 글을 쓴다니까, 노숀이는 인터넷에서 본 이야기 하나를 해줬다. 카페에서 이상한 사람을 봤다는 글이었는데 그 사람은 노트북도, 패드도, 책도 없이 홀로 커피만 마시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커피를 마시는 곳인 카페에서 홀로 커피만 마시는 것이 쉽게 보기 힘든 진귀한 광경이 됐다. 노숀이는 카페에서 커피만 마신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고, 나도 언제 마지막으로 커피를 마시기 위한 목적으로 카페를 찾았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는 카페에서 많은 일들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본다. 공부를 하는 대학생들도,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들도, 코딩을 하는 개발자들도 있다. 보험사도 카페에서 만나고, 심지어 대출을 위한 상담도 카페에서 이뤄진다. 그렇다면 카페는 커피를 위한 공간일까, 아니면 커피가 공간을 위해 있는 걸까.




몇 년 전, 도쿄에 있는 동생 민아가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와서는 잠만 잔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 민아는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것이 아니었다. 민아는 커피의 쓴맛이 싫다며, 커피를 즐기지 않는 애다. 그런데 당시 좁은 원룸에서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하던 민아는 답답해서 집에 머물 수가 없다고 했다. 어디론가 나가야만 했고, 집을 대체하는 공간은 카페였다. 카페에서는 눈치 보지 않고 책을 읽고, 핸드폰도 하고 유튜브도 볼 수 있으니까.


대도시에서 집은 점점 좁아졌기 때문이다. 집은 쪼개지고, 이제 집이 아니라 방으로 불렸다. 아주 최소한의 공간만 제공해도 방은 잘만 팔렸다. 공간이 각자 기능하고 있던 내용들은 하나의 공간에 구겨 넣어졌다. 복도의 한편에 주방이, 주방 안에 세탁실이 자리 잡았다.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일은 많은 것을 포기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잠시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빈 공간을 찾아 카페에 가는 것이 아닐까. 5000원을 내고 잠시 동안 내가 앉은 그 자리를 빌리는 것. 카페에 간다는 것은 방해받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작은 테이블 하나를 사는 일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카페를 방문하는 이유는 카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하겠지만, 결국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덕분에 이제 카페라는 공간은 문화가 됐다. 사람들은 카페의 용도를 구분한다. 커피가 맛있는 카페, 사진 찍기 좋은 카페, 작업하기 좋은 카페. 카페라는 이름으로 묶여도, 필요에 따라 공간은 분화됐고 각자의 개성을 가지게 됐다. 카페라면 받아들이기 힘든 동선과 낯선 체험들을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인다. 어쩌면 박물관이나 미술관보다 더. 공간의 진화를 체험하는 기분이다. 또 어떤 카페들이 생겨날까. 쉬이 예상할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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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카페 온양 / (오) 모리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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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rt 내부 사진 @eert_official


이것은 여담인데, 요새 카페에 돌을 가져다 놓는 것이 꽤 유행이다. 예쁜 바위를 찾아다니는 디자이너 혹은 카페 사장님들을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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