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마지막 알람을 껐다. 이제는 진짜로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여기서 다시 잠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지각이다. 잠을 깨기 위해 일단 음악을 켠다. 오늘 눈을 뜨자마자 들었던 음악은 오아시스 Oasis의 Live Forever였다.
머리를 감으러 들어간 욕실에서도 음악은 끊이질 않는다. 유튜브 뮤직의 알고리즘은 어찌나 정확한 지 이후로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와, 트래비스의 Closer, 콜드플레이의 Yellow가 연이어 흘러나온다. 요즘은 90-00년대 영국 밴드 음악에 푹 빠져있다. 영국 밴드들은 왜 이렇게 음악을 잘할까? 아니, 왜 이렇게 내 취향일까? The 1975를 좋아하기 시작하다가 이 취향이 오아시스까지 뻗어버렸다. 그 끝은 역시 비틀즈일까?
이제는 출근길이다. 오늘은 Super M 슈퍼엠의 '호랑이'로 시작했다. 이제 K팝 덕질 1n년차에 접어드는 고이다 못해 썩은물이지만 아직까지 SM 가수 덕질은 해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나의 심장을 울리는 음악은 역시 스엠이다. 비트의 때깔부터 다르다. 요즘은 NCT 노래가 좋더라. 언젠가 알고리즘이 뉴땡- 뉴땡- 하는 노래(= NCT127의 '영웅')를 계속 틀어주길래 찾아봤더니 NCT였다. 그들의 그룹 운영 시스템은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되지만 노래 하난 끝내주게 좋다. NCT를 듣고 나면 태민도 듣고, 태연도 듣고, 백현도 듣는다. 참고로 작년 내가 뽑은 2020 베스트 앨범은 백현 미니 2집 Delight다. 진심 명반 중의 명반이다. 타이틀곡 Candy도 좋지만 수록곡 퀄이 미쳤다. 그래서 앨범도 샀다. 아, 제일 최근에 산 앨범은 태연의 What Do I Call You 앨범이다. 다시 말하지만 난 스엠 덕질 해본 적 없다. 단지 심장이 반응할 뿐.
나는 업무 중에도 이어폰을 빼지 않는다. 회의가 많거나 대화를 많이 해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음악을 듣고 있다. 오전의 업무는 느긋하다. 어차피 출근 후 두 시간 후면 점심시간이기 때문이다. 무얼 집중해서 하기도 애매한 시간이라 잡다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느긋한 음악을 들어야겠다.
The 1975의 Guys로 시작해야겠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믿고 '뮤직 스테이션'을 시작한다. Guys로 시작한 뮤직 스테이션은 나에게 'Particle House의 Infected Ground'를 소개해 주었고, 뒤이어 'Neon Valley의 Dancin'이라는 노래와 'Gloria Tells의 Real Low Low', 'Chase White의 When It Feels Right'이라는 노래까지 알려주었다.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들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내 취향의 음악을 쏙쏙 골라 찾아줄 때, 음악을 디깅할 때 말이다.
심지어 Chase White라는 아티스트의 구독자는 150명이다. 150만 명도 아니고 150명. 이 아티스트는 서울, 코리아에 사는 20대 여성이 이 노래를 아주 잘 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까? 유튜브는 도대체 이 노래를 어떻게 알고 나에게 추천을 해주는 걸까? 이러니 국내 음원 사이트와는 더더욱 멀어지고 유튜브는 더더욱 끊을 수 없게 된다. 바야흐로 유튜브 개미지옥이다.
오후에는 집중해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빠른 비트의 노동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럼 역시 K팝만 한 게 없지. BTS의 Dynamite로 시작했다. 방탄소년단, 아이유, 블랙핑크, 트와이스, 레드벨벳, NCT,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노래가 줄줄이 나온다. 업무에 집중하고 있지만 혼자 신이 나서 내적 댄스도 함께 추고 있다. 최근 노래를 거의 다 들었다 싶으면 점점 시대를 거슬로 올라간다. 샤이니, 소녀시대, 빅뱅을 지나 00년대까지 도착했다. 보아의 5집, 4집, 3집, 2집을 차례로 거쳐 샵의 Sweety와 SES의 I'm your girl도 듣는다. (또스엠)
이제는 퇴근길이다. 퇴근길은 신나잖아. 그럼 위켄드 Weeknd의 Blinding Lights로 시작하면 된다. 이 노래 진짜 너무 좋다. 작년에 BTS의 Dynamite와 함께 가장 많이 들은 노래 중 하나이다. 아니, 근데 이런 노래를 어떻게 그래미 노미도 안 시킬 수가 있지? 위켄드가 그래미에 노미 되지 않았다는 건 시상식 자체를 깎아 먹는 일이다. 다른 해도 아니고 2020년의 위켄드를? After Hours라는 마스터피스를 내놓았는데?
아, 아무튼, Blinding Lights로 시작하면 그다음 노래는 Dua Lipa의 Levitating이 흘러나온다. 두아의 Future Nostalgia 앨범도 정말 명반이다. 두 곡 모두 오전, 점심보다는 저녁 혹은 밤늦은 시각 화려한 조명이 어울리는 노래들이다. 그런 풍경을 상상하며 즐거운 퇴근길을 즐기면 된다. 지하철역에서 빠져나와 보이는 가로등마저 아름답다.
오늘의 이 글은 글보다는 취향을 뱉어낸 일기에 가깝다.
'음악'이라는 주제를 정하고 무엇을 써야 하나 꽤 고민했다. 왜냐면 할 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듣게 된 음악은 무엇인지, 처음 좋아하게 된 아티스트와 음악 그리고 처음 사게 된 음반은 무엇인지, 청소년기엔 어떤 음악으로 위로를 받았는지, 지금 좋아하는 음악은 무엇인지, 음악이 내게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등 이야기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심지어 밴드도 했었으니까 그 이야기도 후보 중 하나였다. 그래서 도저히 딱 하나를 고를 수가 없었다. 아마 무얼 주제로 정했어도 정리가 안 되었을 거다.
그래서 그냥 내 하루를 적어보기로 했다. 나는 오늘 무슨 음악을 들었나. 내 인생을 이야기하긴 정리가 잘 안 되니까 하루로 이야기해보자. 이 글을 쓰면서도 꺼내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차분하게 글을 적어보려 했으나 도통 되질 않았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방방 거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듯, 내가 좋아하는 음악 이야기 앞에선 문장도 방방 뛰어다닌다.
이 글은 에미넴의 Without Me를 들으며 썼다. 유독 이번 글에서 신남이 느껴진다면, 그건 에미넴의 음악이 한 몫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