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릭스 식 재회
-옥희 씨와 함께
난 클래식을 좋아해
옥희 씨는 SF를 좋아하고
순전히 옥희 씨가 외로울 거 같아서
영화관 G 5, 6에 앉아 메트릭스:리저렉션을 보고 있었어
크리스마스이브였거든
옥희 씨는 젊은 날의 네오를 보려고 애썼고
나는 아저씨 네오의 더 나은 헤어 스타일을 견주고 있었지
떡진 단발이냐 보슬거리는 빡빡머리냐
엘리스가 빨간 약과 파란 약 중
무엇을 선택해도 완벽하지 않았던 것처럼
네오 아저씨도 완벽할 순 없어라고 말했지만
옥희 씨는 내 말을 듣지 않아
마치 벼락 맞는 것처럼 네오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어
그러다가 중얼거렸어
머리통이 예뻐서 다행이야
난 클래식하게 결말이 있는 게 좋아
엘리스처럼 모든 게 꿈이었다고 말해주는 게
옥희 씨는 메트릭스 식의 재회가 좋대
0과 1의 세계를 떠돌다가 저렇게 재회하는 거
네오와 트리니티처럼
만나고 싶구나?
그러지 마. 현실에선 싫어
옥희 씨는 싫다고 했지만
휴대전화에서 조심스레 울어대는
제나 아빠라는 발신자를 무시하지 못했어
난 클래식을 좋아해
옥희 씨는 SF를 좋아하고
크리스마스에는 그냥 좋아하는 일이 일어나면 좋겠어
난 엘리스처럼 꿈에서 깨고
옥희 씨는 메트릭스 식으로 제나 아빠와 재회하고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다시 헤어져도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