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침놀 Aug 16. 2021

코스모스-별은 그냥 별일 뿐이던 내게

『코스모스』, 칼 세이건, 사이언스북스, 2006




1. 별과 스타

  칼 에드워드 세이건은 1934년 11월 9일, 미국 뉴욕주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재단사였고 어머니는 가정주부였다. 둘 다 유대계다. 짐작하겠지만 어려서부터 명석했던 이 소년은 과학을 무척 좋아했다. 명석한 소년들은 도서관을 좋아하고 독서 수준이 높았다. 어린 칼이 공립도서관에 가서 ‘별’(star)에 대한 책을 달라고 했다. 칼을 모르는 사서는 무슨 책을 주었을까? 짐작대로 연예계 ‘스타’(star)에 관한 책을 꺼내 주었다. 그렇게 별에 매료된 소년 칼이 자라 우리가 알고 있듯 스타 과학자가 되었다.

   칼 세이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터틀넥 스웨터와 코르덴 재킷. 덧붙여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발. 맞다. 그는 1980년 무렵, 별은 밤하늘에 빛나는 ‘반짝반짝 작은 별’,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정도의 정서를 갖고 있는 대중에게 ‘너희도 별에서 왔어’라고 말하며 우주에서 바라본 인간의 존재를 자각하게 했다. <코스모스>와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다.

  코스모스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

 이 책이 설명하는 과학이론이나 과학의 역사 풀어내는 깊이 있는 인문학적 의미를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모두가 꼽는 처음 1장과 마지막 장은 나이가 들면서 더 각인되어 남는 것 같다. 30대에 이 책을 처음 접하고, 과학책이지만 시처럼 여겨져 단숨에(?) 읽었으면 좋았겠지만 4장에서 멈췄다. 언젠가 대학입시 논술 문제에 인용된 ‘헤이케의 게’를 보고, 다시 코스모스를 집어 들었고, <메이즈 러너>에서 우주를 완벽한 태고의 어둠으로 묘사한 장면을 읽다가 다시 코스모스를 꺼내 들었다. 우주 속 인간의 존재, 그 미미함, 우리가 사는 지구조차 한낱 먼지일 뿐인데 내가 점유하고 있는 티끌 같은 시공간에 무슨 의미가 있나, 허무감이 밀려들 때쯤 그러나가 비집고 들어온다. 큰 세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가운데 작디작은 세상도 있다는 사실, 그러니 숨겨진 세상을 인식할 수 있는 인간 존재의 위대함을 거쳐 자기 객관화가 이루어진다. 새벽에 잠이 깨어 문득말이다. 그러니 <코스모스>는 내게 존재를 각성하게 해주는 책인 셈이다. 그래서 <코스모스>는 십 대 소녀에게 예고 없이 찾아온 BTS처럼 나에겐 스타다.     



2. <코스모스>라는 밈

  코스모스의 새로운 텔레비전 시리즈가 칼 세이건의 부인이었던 앤 드루얀과 과학커뮤니케이터 닐 타이슨에 의해 제작되었다. 30여 년의 시차를 두고 만들어진 작품이다. 변화된 것은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업데이트한 데서 그치지 않고 바뀐 시대적 가치들을 반영했다. 새로운 <코스모스: 스페이스 타임 오디세이>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퍼스널 보이지>에 비해 덜 개인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흑인 진행자와 여성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다룬 점등이 반영된 평가라 본다.

  우주가 시간과 공간의 연속체라는 진리가 <코스모스>를 통해 고스란히 살아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우주를 공간적으로 이해하고 스케일의 엄청난 다양성과 그 범위를 가늠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코스모스> 밈은 칼 세이건의 바람대로 사실에서 진실 찾기, 과학적 가설에 열린 마음으로 검증하기, 혁신적 사고와 진리탐구의 자세에 대한 밈으로 살아있는 것이 아닐까.     



3. 그래서,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는

  아주 오랜 옛날 빅뱅 초신성의 폭발, 너의 모든 것을 빛나게 /138억 년 지나 우리 이제 만나 지구라는 작은 곳에서 / 나보다 더 똑똑하고 잘난 외계인들도 있겠지만 /언젠가 번쩍이고 멋진 로켓이 머나먼 우주로 떠나가겠지만 / 그래도 빛보다 빨리 날 수는 없기에 찾지 못해, 만나지 못해 / 이 넓은 우주 속에 우린 함께 있어/ 서로 멀어지지 않아….

  과학자 밴드의 ‘엔트로피 사랑’이란 노래다.

  38억 년 역사를 거쳐 박테리아로부터 인간까지 진화해온 과정을 담은 사랑 노래다. 이 진화의 과정은 우연일까? 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필연적인 사건이다라는 칼 세이건의 말처럼 시간이 흐른 후 돌아보면 이미 우연이 아니라 필연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시간’ 일 수도 있다.

  칼 세이건의 소설,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콘택트>에서 보여주었던 외계 생명체에 관한 연구와 탐사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다른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어디까지 왔을까? 우리는 토성의 고리가 모든 우주에서 유일하다고 배웠지만, 목성에서도 고리가 발견되었고, 천왕성, 해왕성, 소행성에도 고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놀라운 발견, 그 발견은 우리 세대에 어쩌면 가능할지 모를 생명체의 발견에 대해 기쁨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발견이다. 칼의 말처럼 모든 가설에 열린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는 통찰이 통하는 지점이다.

  그래서,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는 별은 그냥 별일뿐이 아닌 미래’를 맞이하고 있다.

  떨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구보 씨를 아시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