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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놀 Aug 22. 2021

싸움의 기술

말과 사물에 대한 단상, 견딤



코로나19와 함께 두 번의 여름을 났다.

아니 견뎠다.

첫 번째 여름은 기다리면서, 두 번째 여름은 차리리 ‘위드 코로나’를 기대하면서.

그래서 올해의 ‘여름’은 창밖에서 고군분투하다 떠나갔다.

여름 내내 창밖의 여름을 바라만 봤으므로.

집에서, 일터에서, 때론 카페에서, 버스 안에서…. ‘창’이라는 경계를 두고 바라만 봤다.

어쩌면 모질게 더웠던 올해 여름을 피해 간 것이기도 하고, 별거 아니지만 안에서 견뎌내는 ‘싸움의 기술’을 익힌 탓인지도 모른다.   


영화 <싸움의 기술>에서 싸움의 고수 ‘판수’는 은둔 중에 제자로 받아달라고 찾아온 부실한 고딩 병태를 만난다. 병태는 판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싸움의 기술을 알려달라고 졸라댄다. 처음엔 거절하던 판수는 결국 병태를 제자로 받아들여 싸움의 기술을 알려주고 병태는 나날이 단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우러 가기만 하면 맞고 돌아오는 병태. 

문제의 원인은 ‘두려움’이라고 했다. 

“네 안의 두려움을 전부 쏟아내.” 

싸움엔 배짱과 기세가 중요하단다.

선빵을 날리는 놈이 이기는 놈이라는 것. 

힘이 아니라 기세의 우열이라는 거다.

그러니 싸움은 기술보다는 분위기 장악인 것. 

병태의 가장 큰 무기는 맞으면서 저절로 생긴 쫄지 않는 시선과 탄탄한 맷집이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병태는 승자가 된다.     

그러니까 사실 싸움의 기술은 별 거 없다.

‘견디는 힘’인 것이다.     


코로나19와 함께 하며 배운 싸움의 기술은 무엇일까?

안에서 채워간 힘이 아니었을까.

지극히 간단하면서 맛도  있는 먹거리에 집중하게 되고, 안 하던 청소도 하고, 책을 보며, 산책도 자주하고, 유튜브에 나오는 운동이란 운동은 모두 따라 하며,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부케도 만들었고….

나름대로 선빵을 날린 셈이다.    

 

쫄지 않고, 맞으면서 강해지는 싸움의 기술, 익혀두면 유익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선선한 ‘날’이 왔으니. 

창밖으로 나가도 괜찮을 ‘날’이 반갑다.

내년 여름엔 구름 위를 가르는 비행기 안에서 창밖의 여름을 바라보고픈 꿈을 꾼다.

더욱 괜찮은 '날'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외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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