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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놀 Aug 25. 2021

아름다운 질병, 결핵

말과 사물에 대한 단상


아름다운 질병(?) 결핵   

            

작곡가 프레데리크 쇼팽은 결핵으로 죽었다.

결핵을 가리켜 아름다운 질병이라 말한 에밀리 브론테도.

프란츠 카프카, 안톤 체호프, 제인 오스틴, D H 로렌스, 이상, 김유정, 나도향….

모두 결핵으로 세상을 떠난 예술가들이다.  

클로드 모네는 결핵으로 세상을 떠난 첫 아내 ‘카미유의 임종’을 그렸고, 뭉크도 결핵으로 죽은 누나를 그렸다.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1850)'는 엘리자베스 시달이라는 폐결핵에 걸린 미인이 물에 떠 있는 모습으로 연출하여 투명한 피부와 장밋빛 볼과 입술, 공허한 눈빛으로 오필리아의 비극적 운명을 담아냈다. 오페라에도 결핵 환자가 등장한다. 문학작품에서도 등장인물들이 결핵으로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한다.   

   

왜일까?

결핵 환자의 외모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결핵 환자의 모습을 설명한 표현을 보면 마르고 야윈 모습에 투명하고 하얀 피부, 그 아래로 비치는 푸른색의 혈관, 이와는 대비되는 볼과 입술의 장밋빛 홍조. 이런 결핵 환자의 외모적 특징이 감성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것으로 여겼다고 한다. 상류층 여성들이 일부러 결핵 환자처럼 창백하고 가냘프게 꾸몄다는 기록도 남아있을 정도로 결핵 환자의 모습은 당시 여성들이 선망하는 미의 기준이었던 거다. 게다가 죽어가는 환자에 대한 연민과 슬픔, 애절함이 더 강해졌을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다. 그러니 애절함은 물론이고 요절로 인한 슬픔이 어찌 크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기이한 유행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18세기 후반~19세기 초반의 아름다움에 관한 문화적 관념이 한몫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핵은 무엇이 다른가

전염병들은 두려움의 대상임은 확실하다. 그런데 천연두와 콜레라, 장티푸스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신체에 드러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이 질병의 증상은 쇠약과 창백함을 수반하여 희생자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다른 전염병이 빠르게 전염되어 목숨을 앗아가는 것과는 달리 결핵은 감염 후 장기간 유지되거나 천천히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래서 결핵이 '오랫동안 천천히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 하여 죽음에 대비하고 계획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좋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결핵이라는 질병이 미화된 이유다.   

  

알고 보면 무서운 결핵

예전엔 우표 형태의 크리스마스실이 있었다. 결핵퇴치사업의 기금을 모으기 위함이었다. 

시대 흐름에 따라 크리스마스실은 스티커의 형태에서 스마트폰 시대에 걸맞게 이모티콘 등의 새로운  형태의 크리스마스실을 발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결핵은 아직도 위험한 병이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에 비에 수가 감소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연간 140만 명이 결핵으로 사망하고 약 1000만 명의 환자가 새롭게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보건당국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치료법이 있지만 결핵균이 박멸되지 않는 이유는 전염성과 긴 잠복기 때문이다. 한때 낭만적 질병으로 여겨졌던 결핵, 그로 인한 수많은 예술작품들이 탄생했지만 여전히 무서운 병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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