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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놀 Aug 13. 2021

사피엔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사피엔스』, 유발 노아 하라리, 조현욱 역, 김영사, 2015          



  유발 노아 하라리(Yuval Noah Harare)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태어나 히브리 대학교에서 중세 역사와 군사문화를 공부하고 2002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중세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예루살렘의 히브리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세계사와 중세사, 군사 역사를 전공한 그는 최근 ‘역사와 생물학의 관계는 무엇인가?’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동물의 본질적인 차이점은 무엇인가?’ ‘역사에 정의가 있는가?’ ‘역사가 전개되면서 사람들은 더 행복해졌나?’등 거시사적인 질문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2009년과 2012년 인문학 분야 창의성과 독창성을 기리는 플론스키상을 사상했으며 2011년에는 군사 역사 논문의 탁월함을 인정받아 몬카도상을 수상했다. 2012년, 영 이스라엘 아카데미 오브 사이언스에 선정되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를 펴냈으며 그의 역사연구와 강의는 책과 동영상을 통해 전 세계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유발 하라리의 질문과 대답

  역사를 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연대나 지역을 한정하거나 전쟁이나 혁명 같은 역사적 사건이나 현상을 각각에 집중해서 연구하는 방법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장기적 시계에서 역사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방법이다. 하라리는 후자의 방법으로 연구하는 학자다. 장대한 인류사를 한 분야의 관점으로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역사학뿐 아니라 정치학, 경제학, 심리학, 철학 등 전 분야에 걸친 식견을 갖춰야 가능할 것이다. 하라리는 이러한 식견을 갖추고 있었고 그러한 접근법을 통해 인지 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이라는 세 혁명을 축으로 인간 존재의 수수께끼에 답했다. 


  어떻게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정복자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으로 『사피엔스』는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된 질문에 대한 답을 따라가다 보면 결론에 이르고 마지막 장을 남겨두면,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가 궁금해진다. 이어지는 책이 『호모 데우스』 다. 호모 데우스에서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라는 질문이 생긴다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마저 읽어보면 어떨까? 이 책들을 읽으면서 의문이 생겼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읽게 하는가’이다. 인간이 별로 중요치 않은 동물이라는 것은 일찍이 다윈도 말했고, 리처드 도킨스도 말했고, 칼 세이건을 통해서도 알게 되지 않았던가. 인지 혁명과 농업혁명, 과학혁명으로 이어지는 인류사의 분류 또한 익숙한 것이고 미래사회에 대한 여러 가지 예측들과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한 통찰과 해결책도 처음 접하는 것은 아닌데…. 무엇이 하라리에게 빠지게 만드는 것일까? 세상과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 다양한 학문 접근이 가능한 지적 능력, 통찰력 그러나 무엇보다 부러운 능력은 거시적 스토리텔링 능력이었다. 서문에 나와 있듯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질문. 그 근원적 질문을 던져놓고 독자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든다는 점이다. 별로 중요치 않은 동물 호모 사피엔스-그들은 어떻게 지구를 정복했는가?




  그의 대답은 이렇다

  인류는 여섯 종 정도가 있었고 사피엔스보다 그들이 더 강했다. 그런데 살아남은 종은 사피엔스다. 그 이유는 ‘대규모의 협력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교역의 증거가 있고, 그들만의 언어, 의사소통능력이 있었다. 지금의 ‘지구촌’의 개념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허구’를 창안하고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종교와 질서, 예절, 법 등의 상상의 질서로 많은 사람들은 협력하는 능력을 갖춘 종이 되었다. 이런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허구’를 믿기 때문이다. 사피엔스, 그들만이 대규모 협력이 가능했고, 대약진, 즉 이동을 시작하여 지구의 전 대륙을 다 돌아다니게 되었다. 사피엔스의 이동은 대형동물의 멸종을 불러왔다 그들의 이동 경로에 따라 대형동물들의 멸종이 이어졌다. 사피엔스는 가히 형제 살인범이며 연쇄살인범이라고 말한다. 

  다음은 농업혁명에 대한 그의 관점이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고 말했다. 사기라고? 신석기 혁명으로도 불리는 농업혁명으로 인류는 안정된 삶을 살게 된 것이 아니고? 그에 따르면 수렵채집의 시간보다 정착하게 되면서 전쟁과 폭력이 많아지고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가축으로 인한 질병과 전염병이 창궐해 기본적으로 더 많은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삶의 질은 개선되지 않았다. 역사는 발전했다고 하지만 인류는 더 행복 해졌는가에 대한 대답은 아마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글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인류는 힘을 행복으로 바꾸지 못했다. 풍요로워졌으나 행복해졌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의 행복이란 얼마나 식량이 많은가, 얼마나 큰돈을 소유하고 있는가와 같은 객관적인 자료에 따라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은 기대치에 좌우된다. 기대하는 것이 충족되면 행복을 느끼고 못 미치면 불행하다고 여긴다. 지금의 인류는 석기시대에 비해 수천 배 이상의 힘을 갖고 있지만 수천 배만큼 행복해지지는 않았다.


  그다음이 과학혁명이다. 과학혁명의 메시지는 인지 혁명을 통해 지구를 인지하고 농업혁명을 통해 발전시키더니 이제 지구를 끝낼 수도 있게 되었다는 관점이다. 향후 수십 년 안에 핵전쟁이나 지구온난화(기후변화), 그리고 과학기술에 의한 실존적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이 기존의 사회질서와 경제 구조를 완전히 파괴하고 수십억 명의 사람이 노동시장에서의 퇴출로 대규모 무용 계급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길가메시 프로젝트라 명명한 인간 수명의 연장 내지는 영생 연구도 포함된다. 이것이 과학혁명의 실체다. 그는 인간을 ‘신이 된 동물’이라 표현한다. 

  사피엔스의 마지막 문단을 옮겨보면 “우리는 머지않아 스스로의 욕망 자체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마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 일 것이다. 이 질문이 섬뜩하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로 끝맺는다.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 걸까?

  그는 미래를 위해 지금 바로 움직이라고 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유일한 예측은 다른 가능성을 그려보는 것뿐, 세계는 결정론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인공지능기술이 빠른 속도로 진화해 인터넷 세상뿐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전반을 바꿀 것이다. 그럼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그 답을 구하기 위해 최악의 상황까지 포함해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일이 자신의 학자로서의 사명이라고 말한다.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대처할 수 있고 ‘당장 행동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안감을 느낄 때 어떻게 행동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나의 몫을 생각해 보자.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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