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프로베르 메리메 외, 창비, 2010
기차역이다.
파란 안경을 낀 젊은이가 나타났다. 그 남자를 레옹이라 부르며 한 여자가 나타났는데, 예쁜 얼굴에 검은 베일을 쓰고 있었다. 둘은 기차를 탔고, 기차엔 한 영국인이 타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지는 Nooo이란다.
그곳에서 작은 호텔에 묵기로 했다. Nooo 기차역에 내렸을 때 영국인에게 삼촌이라 부르며 다가선 젊은이를 보았고, 영국인은 주머니를 뒤져 지폐 몇 장을 꺼내 구겨서 그 남자에게 주는 것을 보았다.
호텔 객실에 들은 레옹은 하필이면 그날 경기병들이 송별식을 벌일 예정이라는 것을 듣고, 걱정스러웠다.
옆방은 영국인의 방이었다. 그는 영국인은 곧 취할 테고 경기병들은 자정 이전에 나갈 거라고 위안했다.
그들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지려는 계획이 틀어졌지만 둘이 함께 하는 것이 즐거웠다.
하지만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새신부와 새신랑을 보러 오겠다는 술에 취한 경기병 마흔 명의 목소리에 소스라쳤으니 말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두머리 격의 남자가 등장해 무례함을 질책했다.
잠자리에 든 이 연인들. 연인들의 방 이름은 푸른 방이었다. 침대 시트는 보라색이었고, 공교롭게도 여자가 가져온 새턴 실내화도 파란색이었다. 여자는 레옹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그때 영국인의 방에서 무거운 물체가 떨어지면서 나는 이상한 소리와 메마른 소리, 우지끈 소리가 났고, 숨이 막힐 것 같은 고함과 저주 비슷한 알아듣기 어려운 몇 마디 말소리가 들렸다.
레옹은 “영국인이 꿈을 꾸는 거야.”라고 미소 지으며 애인을 안심시켰지만, 그는 기차역에서 본 영국인의 조카가 호텔의 창문을 타고 올라오는 모습을 상상했다. 뒤이어 둔기로 머리를 내리치고, 목을 조인 후 영국인의 검은 가방에 든 지폐를 들고 유유히 호텔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몸을 떨었다. 때맞춰 사잇문으로 스며드는 갈색 띠를 보았는데 레옹은 그것을 피라고 판단했다. 영국인은 살해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로부터 그는 창백한 얼굴로 고민을 거듭했다.
“모르는 여행자의 목이 잘리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사랑하는 여자를 욕보이고 잃어버리는 것이 나을까?”
그가 만약 영국인을 위해 소리친다면 헌병들과 제국 검사와 서기가 즉각 도착해 사건 목격에 대해 증언을 하게 될 거고, 레옹과 애인의 관계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9시 열차를 타고 호텔을 빠져나가기로 결정하고 그의 애인에게 그들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들은 “미안해! 미안해!”를 외치며 수없이 껴안았다. 영국인 살해범으로 몰려 사형대에 오를 것으로 생각했으니. 그들의 슬픔은 깊고도 깊은 것이었다.
피곤에 지친 연인은 호텔을 떠나기 위해 숙박비를 계산하던 중에 어이없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국 귀족에게 차를 끓여줘야 해요! 그분이 술병을 깨뜨려서 방안이 흥건해요.” 호텔 종업원과 지배인이 주고받은 말이다.
그들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두 시 기차로 떠나야겠다고 근사한 점심 요리를 부탁하며 소설은 반전으로 끝난다.
푸른 방, 보라색 침대 커튼, 검은 옷에 짙은 베일을 쓴 여자, 갈색 가죽 가방, 파란색 실내화, 레옹의 파란 안경, 검은 가방. 색이 주는 이미지를 떠올려보라. 우리는 익숙하게 색깔에서 상징을 찾는다. 긴장이 조성되고, 불륜의 정사와 기병대에 대한 불안과 영국인 조카의 인상들이 하나씩 맞물리면서 푸른색과 보라색의 이미지로 죽음과 어둠을 연상한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오해였던 거다.
비트겐슈타인은 “인과 법칙은 인간이 생각해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습관적으로 인과 법칙을 적용하는 것은 이렇게 위험하다.
반전의 결말이 다행인 푸른 방의 연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