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희 이야기
고생대 살았던 동물들이 어느 날 갑자기 묻혀버린 것처럼
마음의 층 가장 깊은 곳에 무언가 묻혀있는 게 아닌지 몰라
아, 아, 아… 더 깊이 들어가면 어릴 적 살던 골목길, 가로등이 켜질까?
그때 묻어놓은 감정의 분자들이 어디쯤에서 먼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
바람이 불어 흙이 덮어버린
해, 달, 별, 노을, 바람, 좋아해, 예뻐, 잊지 마, 행복해… 그런 말들
낙엽처럼 묻혀서 벌써 흙이 되어버렸으려나
그 말들이 묻힌 곳에 우물이 있으면 좋겠다
두레박을 내려 물을 길어 올리면
거기 하나씩 떠 있을지 모르지
해, 달, 별, 노을, 바람, 좋아해, 예뻐, 잊지 마, 행복해…
얼마나 내려 가야
그 말들을 길어 올리려나
마음의 층, 어디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