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게으르게 읽는 사람

단상_1

by 미오

근래 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읽고 있던 소설은 읽다 보니 기본 지식이 필요한 소설 같아 좀 알아보고 읽자는 마음에 중단했고,

책상 위 독서대에 펼쳐 둔 인문학 책은 더 이상 진전 없이 읽다 멈춘 그 자리입니다.


좀 가벼운 단편 소설집을 먼저 읽어 볼까 해서 펼친 소설은 재독인데도 불구하고 훑어만 보고 침대 옆 탁상에 자리만 잡고 있습니다.


추천받은 짧은 정치 우화 1권만 간신히 읽었습니다. 그나마도 독후감은 아직 쓰질 못했습니다.

몇 번이고 워드 파일을 열었지만 흰 공백만 바라보다 다음에 쓰자, 하고 노트북을 덮었습니다.


그렇게 제 손이 닿지 않고, 눈길이 닿지 않아 제 주변에 멈춰 있는 책들을 보면 내심 마음이 찔립니다. 잘못한 일도 아닌데 말이죠.


책을 읽지 못한 이유는 바빠서, 피곤해서, 일이 많아서, 시간이 없어서.

네, 맞아요. 모두 핑계입니다.


책 한 줄을 읽지 못할 정도로 바쁘지도, 피곤하지도, 일이 많지도, 시간이 없지도 않았죠. 솔직히 말하면 책을 그냥 읽기 싫었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냥, 정말 아무 이유도 없이 말입니다.


누군가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굳이 하기 싫은 마음을 억지로 움직이는 것도 내키지 않아서 흘러가는 대로 시간을 보냈더니 2주가 됐습니다.

게으른 독서가라고 명명했더니 정말 게을러져 버렸네요.


종종 이렇게 아무 이유 없이 책이 읽기 싫은 걸 보면 저는 다독가, 애서가가 되긴 글렀나 봅니다.

하지만 오늘은 드디어! 독서대에 놓여 있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브런치에 간단히 글도 남기고 있고요.

독후감도 쓰려고 합니다.


저마다 삶의 속도가 있듯이 독서에도 저마다의 속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빠르고, 많이 읽는 일은 제겐 너무 버거운 일이라 저는 조금씩, 천천히 가려고 합니다.

독서라는 취미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도록 조금은 느리고, 게으르게 읽는 사람으로 남아야겠습니다.


덧붙여 업로드도 느린 브런치를 구독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미지 출처: Pixabay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잘하고 있다는 응원의 한마디가 필요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