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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완벽주의, 회피형 게으른

<나는 으른입니다, 게으른> / 김보 글, 그림/ 북라이프

by 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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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미리미리 준비하고 예습하고 여유 있게 일정을 관리하는 일, 가능한가?


우선 나는 불가능이다. 지금껏 봤던 시험은 항상 벼락치기였고 예습은 한 기억이 없다. 뭐든 일정이 촉박해 더는 미뤄선 안 될 것 같을 때, 정말 벼락같이 영혼을 갈아서 해결한다.


그리곤 바람 빠진 풍선 마냥 푸슈수… 꺼져버리는 영혼과 체력이 나의 게으름의 기본 값이다. 물론 벼락치기의 결과가 좋으면 천만다행이지만 나쁜 경우엔 후회해 봤자 이미 늦었다. 반성을 하며 다음번엔 미리미리 해야지 하지만 다짐은 그때뿐이다.


그렇게 지금까지 살았으니 나는 부지런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나는 게으른 완벽주의, 회피형 게으른이다.


<나는 으른입니다, 게으른>은 게으른툰으로 독자의 사랑을 받은 저자의 ‘게으름에 대한 철학’을 담은 갓생에 굴복하지 않는 자기 존중 에세이이다. 스스로를 게으른이라고 칭하는 저자는 게으른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그저 각자의 성향일 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다고, 게을러도 괜찮다고 말한다.


스스로 부지런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게으른 사람으로서 얼마나 고마운 말인지 모르겠다.


물론 게을러도 괜찮아!라는 게, 그냥 삶을 방치해도 괜찮아!라는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모두에게 너무도 소중한 삶을 저마다의 속도로 ‘잘’ 살아보자는 외침이다.


정신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의 속도에 굳이 자신을 맞추려고 아등바등 애쓰지 말고, 가끔은 멍하니 하늘도 올려다보고, 읽고 싶던 책도 읽고 그렇게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며 자신만의 속도에 맞게 ‘잘’ 살아 보자는 것이다.


게으른 채로도 충분히 ‘그럴 싸하게’ 괜찮은 으른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럴싸함의 기준은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 아주 뛰어나진 않더라도 구색은 갖추고 있는 정도. 무리 없이 납득 가능한 본인과 타인의 최소 합의점. 그야말로 '합리적인' 결과물 말이다. 그것이 뭐, 세상을 바꾸는 데는 역부족일 수 있지만 사회가 돌아가는 데에는 1인분의 몫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P.129


스스로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은 안 읽어도 괜찮을 것이다. (물론 읽으면 더 좋다. 반대 성향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으니까)


하지만 한 번이라도 게을러서 큰일이다,라고 생각해 본 적 있는 으른이라면 당신의 게으름은 당신의 속도일 뿐, 전혀 나쁜 게 아니라고 알려주는 <나는 으른입니다, 게으른>을 꼭 읽어 보기를 바란다.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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