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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대단하면 어떡해

by 미오

새벽 4시에 일어나 반찬을 만들고 식당으로 출근한다. 10년째 치매로 병상에 누워있는 남편을 챙기며 살아가고 계신 어르신의 인터뷰를 읽었다. 평생을 바지런히 움직이시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시다는 인터뷰어의 말에 어르신은 짧게 답했다.


안 대단하면 어떡해. p.32


무심한 듯 담담한 그 대답이 마음을 저릿하게 스쳐 지나갔다. 책을 덮고 내가 안 대단하면 안 되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본다.


태어나 죽는 순간까지 평생을 행복하고 즐거운 일만 가득하면 참 좋겠지만, 그건 상상 속에나 있는 일이다.

매일매일 건너뛰어야 할 새로운 난관이 생긴다. 조금 나아지나 싶으면 또 다른 난관이 보란 듯 기다리고 있다.


내 인생은 왜 이럴까, 나만 이렇게 힘든 건가,

다른 사람들은 다 행복해 보이는데,

내가 무슨 잘 못을 그렇게 했다고,

대체. 뭐가 문제지?


다 놓고 포기해 버릴까?

내가 안 대단해도 되지 않을까?


앞에 놓인 난관들을 하나씩 치우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울컥 치밀어 오른다.

그럴 때면 그냥 맥을 놓고 주저앉고 싶어진다.

그런 순간들을 지혜롭게 헤쳐 나가는 방법을 나는 아직 배우지 못했다.


글쎄, 방법이 있긴 할까?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어쩌면 삶은 그렇게 주어진 난관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과정일 지도 모르겠다. 내가 안 대단하면 안 되는 삶을 불평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일, 쉽지 않겠지만 내 앞에 놓인 삶을 받아들이려 노력해 봐야겠다.


주저앉거나 포기하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며 살다가

언젠가 내 삶이 대단하다고 말해주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담담히 대답해야겠다.


안 대단하면 어떡해 라고.



오늘 <타인의 책장> 속 책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경향신문젠더기획팀/휴머니스트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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