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TI가 알려주는 나, 내가 이해하는 INFP
“성향은 길의 모양일 뿐, 나라는 여정은 언제나 마음의 깊이에서 다시 시작된다.”
[심오재일기 ④] 2025.12.3.
마음 찾기와 통합
– MBTI가 알려주는 나, 내가 이해하는 INFP
나는 오래전에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며 MBTI 검사를 몇 차례 해본 적이 있다. 결과는 매번 INFP. 그러나 그때마다 나는 이 결과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무언가를 성격 틀로 유형화하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았고, 검사 결과도 모든 지표가 중앙에서 약간씩만 기울었기에 절대적인 기준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팬데믹 시기, 젊은 세대 사이에서 MBTI가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가는 모습을 보며 뜻밖의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신의 마음을 알고 싶어했고, 누군가는 자기 자신을 보여주는 작은 지표라도 꼭 붙들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후에도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MBTI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을 들을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
이왕 말한다면, 이것의 원래 취지를 조금 더 알면 좋을 텐데.
INFP는 흔히 ‘중재자’, ‘몽상가’, ‘시인형’이라 불린다. 감수성과 상상력으로 살아가며, 깊은 내면에서 가치를 찾고, 눈에 보이지 않는 의미들을 오래 음미한다. 사람들의 감정에 섬세하게 젖어들지만 동시에 고독과 고요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세상의 소음 속에서도 자신만의 신념과 상상력을 잃지 않지만, 지나친 외향적 활동은 금세 심리적 소진을 불러오고, 내면의 에너지가 회복되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나는 이 성향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것이 나를 규정하는 이름표라기보다, 나의 심리적 에너지 흐름을 가늠하는 나침반쯤 된다고 여겨왔다.
MBTI는 단순한 ‘성격 테스트’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그 뿌리는 칼 융(C. G. Jung)의 심리학에 있다. 융은 인간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심리 에너지’의 흐름에 주목했다. 에너지가 바깥으로 흐르면 외향(E), 안으로 흐르면 내향(I). 여기에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S/N), 판단하는 방식(T/F), 살아가는 리듬(J/P)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이 반복해서 발휘하는 심리적 패턴을 알 수 있다.
이것들은 결코 ‘꼭 이래야 한다’는 성격의 굳은 틀이 아니라, 자기를 이해하고 통합해가기 위한 지표였다. 이후 마이어스와 브릭스 모녀는 융의 유형론을 현대적 검사 도구로 정리해냈다. 전쟁과 변화의 시대에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기질을 지니고 있으며 어떤 조건에서 소진되고 회복되는지를 알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MBTI는 사람을 분류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삶에서 반복되는 심리적 패턴을 이해하고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지도였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INFP라는 성향을 인정하면서도 한쪽으로 치우친 나의 에너지를 돌보려 한다. 외향적 활동이 과해지는 순간 금세 소진이 찾아오는 것을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융이 말한 것처럼, 마음의 핵심은 늘 균형이다. 어느 한쪽이 강하면 다른 한쪽을 의식적으로 돌보는 일. 이것이야말로 자기 이해와 통합의 시작이다.
나는 MBTI든, 에니어그램이든, 어떤 심리 지표든 결국 마음의 지도를 펼쳐보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할 가장 큰 것은 결국 ‘나’이며, 그 나의 근본은 ‘마음’이다. 그래서 나는 이 모든 지표를 나를 가두는 틀로 쓰지 않고, 나를 비추는 하나의 등불처럼만 사용한다.
결국 심오재라는 이름도 같은 의미에서 지어진 것이 아닐까.
자기를 잃지 않고, 다시 자기를 찾기 위한 조용한 집.
참고로 나의 에니어그램은 4번 날개 5. 예술적 감수성과 분석적 사유가 함께 흐르는, 흔히 ‘보헤미안’이라 불리는 유형이다. 감정의 깊이를 탐색하면서도, 그 감정을 설명해내고자 고독한 사유로 걸어 들어가는 길.
어쩌면 INFP의 결, 융의 유형론, 4w5의 기질은 모두 하나의 중심을 가리키는지도 모른다.
내 마음, 나의 고유한 빛, 나의 흐름. 그걸 잃지 않고 지키고, 더 깊이 이해하는 일—그것이 결국 나를 찾는 여정의 본질이다.
MBTI를 가볍게 즐기는 분이나 에니어그램이 낯선 분들에게는 이 글이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지표들을 ‘마음의 지도’라는 관점에서 천천히, 깊이 들여다보고 싶었다.
♤ MBTI 성격 유형 지표 약자 원단어 정리
I (Introversion, 내향성) vs. E (Extraversion, 외향성): 에너지의 방향
S (Sensing, 감각) vs. N (Intuition, 직관): 정보 수집 방법
T (Thinking, 사고) vs. F (Feeling, 감정): 결정 및 판단 기준
J (Judging, 판단) vs. P (Perceiving, 인식): 생활 양식 / 외부 세계 지향
♤ 빌헬름 하머스호이, 〈실내, 스트란드가데 30〉, 1901
– 빛이 머무는 자리에서 고요는 마음의 깊이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