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길을 따라

by 혜윰의 해밀

빛의 길을 따라

임미옥


거대한 암벽 사이

비좁은 길을 따라


한사코 달라붙는 어둠을 떨치며

영혼의 사막을 걸어가네


보이지 않는

복음의 빛을 따라

빛과 더불어

빛 가운데로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손과 발, 혼신으로 나아가는 그대


걸어가는 길 뒤로

홍해를 가르듯

지그재그, 빛의 길이 열리네


✍️ 시인의 노트 ― 「빛의 길을 따라」를 쓰며


친애하는 장 안나 수녀님께서 사진 한 장을 보여주셨다. 이영란 아네스 사진가의 「빛의 길」이라는 작품이었다. 페트라의 암벽 사이, 좁은 길을 따라 조용히 홀로 걸어가시는 수녀님의 뒷모습이 멀리 보였다. 사진 속 길은 마치 수녀님의 걸음 뒤로 생겨난 것처럼 보였다.


암벽은 한 생애가 통과해온 두터운 시간처럼 서서, 건조한 바닥 위로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 사이를 굵은 한 줄기 빛이 마치 홍해를 가르듯 길을 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길은 곧게 나아가지 않고 지그재그로 열려 있었다. 신앙의 길이 늘 곧고 명확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말해주듯.


빛은 방향이 아니라 부르심에 가깝다. 그 부르심은 관념에서 윤리로, 윤리에서 몸의 결단으로 내려오는 하강의 운동을 요구한다. 성심의 프란치스코 수녀회의 수도자로서 언제나 낮은 곳에서, 어려운 이들을 위해 몸바쳐 오신 수녀님의 삶이 그 길 위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빛의 길은 앞을 향해 기적을 요구하지 않으며, 묵묵히 걸어간 한 사람의 뒤쪽에서 비로소 열리는 것일까.


빛은 앞에서 기다리지 않고 발밑에서 열린다.


사진은 그 사실을 아주 조용히 증언하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조심스레 받아적었다. 이 시는 그 길을 잠시 함께 걸어본 묵상이며, 기도이고, 동행이다.

♧ 이영란 아네스, 「빛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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