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4부. 1.8평의 감금실

by 혜윰의 해밀

제1장 4부. 1.8평의 감금실


대표자가 끌려간 곳은 별장에서도 가장 오래되어, 아무도 찾지 않던 지하층이었다.

문이 닫히자 철문은 마치 무덤의 뚜껑처럼 천천히, 그러나 폭력적인 확신을 가지고 내려왔다.


그 방은 1.8평 남짓한 공간이었다. 누우면 벽에 닿고, 팔을 뻗으면 천장이 스칠 만큼 좁았다.


바닥에는 침대 대신 얇은 이불 하나가 놓여 있었고, 바닥 아래에서 올라오는 잔열은 살아 있는 집의 마지막 체온처럼 희미했다. 칸막이 뒤의 작은 화장실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엔 턱없이 얄팍한 울림만 남겼다.


방 한쪽엔 좌식 책상과 작은 TV가 놓여 있었고, 천장 가까이 달린 선풍기 하나가 50분의 바람과 10분의 무풍을 기계적으로 반복하고 있었다. 그 무심한 리듬은 지난 여름 내내 그를 연옥의 경계에 세워두었다.


대표자는 이곳에서 자신이 숨 쉬는 공기조차 규격화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공기, 물, 거리, 시간까지— 모든 것이 그를 ‘존재하는 인간’이 아니라 ‘관리되는 객체’로 만들기 위한 체계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체계를 마주하고서도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오히려 벽에 기대어 고혈압약과 당뇨약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 집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나는… 무너지지 않는다.”


돌바닥의 한기 속에서도 그의 눈빛은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대표자로서 과중한 일정을 소화하던 시절보다 더 선명하고 또렷했다. 눈 속에서 비로소 자기다운 생명력이 깨어나는 듯했다.


그를 가둔 자들이 바랐던 절망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감금은 끝이 아니라, 진실이 굳어지는 시간이라는 것을.


하루는 운동 시간, 샤워 시간, 식사 시간, 약 복용 시간으로 잘게 쪼개져 배분되었다. 다른 수감자와의 동선은 단 한 번도 겹치지 않았다. 그 모든 절차는 그를 세상과 절연시키기 위한 보이지 않는 규칙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절연조차도 그를 약화시키지 못했다. 그는 조용히 눈을 감고 벽에 몸을 기대었다. 그리고 아무도 들을 수 없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실은… 밟힌 자국이 깊을수록 더 선명해진다.”


아침이면 그는 미니치즈빵과 가공유를 마시고, 찐감자에 소금을 얹어 먹었다. 견과류를 천천히 씹은 뒤 식판을 치우고 성경책을 폈다. 황반변성으로 글자가 흐려 보였지만 그는 오히려 더 집중했다.


밖에는 아침 햇빛이 부서질 텐데, 감방 안에는 흐릿한 전등 불빛뿐이었다. 그러나 그 빛 아래에 놓인 큰 글씨 말씀은 또렷했다.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


시편 119편 71절이었다.

그는 갇히지 않았다면 이 말씀을 알지 못했으리라 생각하며, 그 구절을 천천히, 깊이 되뇌었다.


감금은 끝이 아니었다.

그것은 모든 균열과 변혁의 시작이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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