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2부. 미스터 지오로의 서재

— 어둠의 울림

by 혜윰의 해밀

제2장 2부. 미스터 지오로의 서재 — 어둠의 울림


봉쇄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해가 기울기도 전에 도시의 창문에는 겨울의 입김 같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지오로(知吾老)는 LP 플레이어 바늘을 천천히 음반에 올렸다.

타르티니 트럼펫 협주곡 1악장의 금속성 울림이 온 방을 깨우려는 듯 낮고 조여오는 소리로 퍼졌다.


그는 이런 음색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언제나 감정보다 먼저 도착해 가슴 안쪽의 가장 깊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

그를 붙들어준 것도, 그를 바닥으로 굴린 것도 대체로 이런 울림이었다.


책상 위는 군더더기 없는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필요한 펜 하나, 정리된 서류철 몇 개, 모서리가 닳지 않은 검은 노트 한 권. 지오로의 성정 자체를 닮은 풍경이었다.

말과 행동과 표정 어디에서도 쉽게 흔들림을 찾을 수 없는 사람 특유의.


그러나 그 절제는 언젠가 무너져본 사람들만이 얻는 '두 번째 질서' 같은 것이었다.

그의 방이 깔끔한 것은 살아온 시간이 말끔했기 때문이 아니라, 혼돈을 더는 들일 수 없는 사람의 선택 같은 것이었다.


그때 스피커 옆에 둔 휴대폰이 울렸다. 짧게 진동하는 소리조차 과하게 느껴지는 고요였다.


화면에는 단문 기사 하나가 떠 있었다.


“별장 도시 폐쇄 구역 지하에서 변사자 발견.

6구 확인 중, 2구 추가 발견.”


검은 활자가 스크린 위에서 오래된 잿빛 가루처럼 부서져 내리는 듯했다.


그 문장은 지오로가 평생 외면해 온, 어떤 지하 구조물처럼 서늘한 기억을 조용히 건드리고 있었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의 안에서 오래된 기척 하나가 느리게 일어나는 듯했다.


“…또 시작이군.”


감정이 붙지 않는 말투, 습관에 더 가까운 말이었다.

반응이라기보다, 반응이 남지 않는 삶을 오래 견딘 사람의 언어.


지오로는 옷장 문을 열었다.

안쪽에는 짙은 회색 울 코트가 걸려 있었다. 군더더기 없는 선, 세월을 흡수한 옷감, 불필요한 장식 하나 없이 기능만 남긴 단정함.

그는 코트를 걸쳐 입고 짙은 회색 머플러를 목에 감았다.


책상 위의 검은 노트를 집어 들었다.

모서리에 거의 닳은 자국이 없는 노트였지만, 그 속에는 오래된 문장들과 지워지지 않는 한두 개의 날짜가 적혀 있었다.

아무에게도 들려준 적 없는 이야기의 원형 같은 것.


그는 마지막으로 방 안을 한 번 둘러보았다.

비어 있는 것 같지만, 누군가 오래전에 떠나고 난 뒤 조용히 굳어버린 시간 같은 풍경.


문을 닫으며 그는 아주 낮게 말했다.


“…가야지.”


그 말에는 결의도 망설임도 없었다.

다만 오래 알고 있던 어떤 규칙—

어둠이 흔들릴 때, 그 흔들림의 결을 읽을 수 있는 자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오래된 법칙—이

다시 작동하고 있을 뿐이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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