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3부. 봉쇄 이후, 도시의 겨울

by 혜윰의 해밀

제2장 3부. 봉쇄 이후, 도시의 겨울


봉쇄 조치가 시작된 지 꼭 1년이 되는 날, 도시는 마치 누군가가 볼륨을 끝까지 낮춰놓은 것처럼 조용했다.

사람들 얼굴엔 익숙한 체념이 번져 있었고, 거리에는 말수가 줄어든 겨울이 내려앉아 있었다.


언론은 하루를 서둘러 정리하듯 "봉쇄 1년, 쪼개진 도시. 특별 이상 없음"이라는 문장을 흘려보냈다. 그러나 그 말의 어조는 안정이 아니라 강박이었다.


그 문장은 마치 “모두가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는 이성복의 시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도시의 공기에는 설명되지 않는 미세한 떨림이 가늘게 퍼져 있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기상 변화라 했고, 누군가는 정치적 침묵이라 했고, 어떤 이들은 그저 "겨울이라 그렇겠지"라며 웃고 넘겼지만, 실제로는 모두가 감지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도시의 바닥에서부터 아주 느리게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하루 전 새로운 대표가 공개 석상에서 내뱉은 말, "나치 전범을 처리하듯 끝까지 처벌하겠다"는 선언은 기사 제목보다 강렬한 통증으로 사람들 몸에 남았다.


이제 사람들은 되도록 정치적 대화를 피했다. 정면으로 그 화제를 꺼낼 때조차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낮아졌고, 문장 끝은 흐려졌다.

회식 자리에서도, 카페에서도 사람들은 먼저 주변을 의식한 뒤 말을 골랐다. 마치 누군가 그 문장을 듣고 있을 것처럼.


그리고 그 떨림과 통증을 가장 먼저 감지한 사람들은 언제나 그렇듯, 두 부류였다.


빛의 결에 민감한 사람, 그리고 어둠의 결을 읽을 줄 아는 사람.

미세스 미오(美悟)와 미스터 지오로(知吾老).


둘은 서로를 모르고,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지만 이 도시는 그들에게 오래전부터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이날에 이르러 아주 또렷한 호출로 변해 있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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