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닥에 내려온 책들
[시와 시인의 노트] 2026.1.26.
꿈 1
– 바닥에 내려온 책들
임미옥
바닥에 책이 쌓여 있다
가로로 일곱 줄쯤 길게 늘어져
허벅지 높이로 겹겹이
책장은 없다
위는 비어 있고
말들이 아래로 내려와 있다
나는 그중 몇 권을 고른다
그때
그렇게 가져가면 안 된다고
그가 말한다
왜 안 되느냐고
나는 그를 마주보며
소리를 높인다
누군가 내 곁에 와
말한다
엄마
꿈이야
✍️ 시인의 노트 ― 「꿈 1」을 쓰며
깨어나고 나서도 그 장면이 오래 남아 있었다.
책들이 왜 위에 있지 않았는지, 왜 나는 전부가 아니라 몇 권만 고르려 했는지, 그는 왜 안 된다고 했는지, 나는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그 질문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나는 이제 허락을 구하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딸의 한마디가 그 모든 긴장을 조용히 풀어주었다.
꿈이라는 말은 거짓이라는 뜻이 아니라, 이미 끝났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 아리 셰페르,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 1848, 돌드레히트 미술관.
▷ 계약은 끝났고, 남은 것은 목소리뿐인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