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말하는 피고인
제3장 재판 — 죄를 완성하려는 자들과 끝까지 말하는 자
1부. 말하는 피고인
재판은 1년 전부터 시작되어 있었다. 다만 그날, 모두가 그것을 분명히 자각했을 뿐이다. 자정이 가까워진 시간, 법정의 공기는 낮보다 더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판사도, 검사도, 방청석도 모두 지쳐 있었지만, 피고인만은 아직 말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책상 위에 놓인 원고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의 최후 진술은 짧지 않았다. 약 한 시간 반. 누군가는 그것을 집착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변명이라 불렀다. 그러나 그 말을 끝까지 들은 사람이라면 알 수 있었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말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이 재판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 법정이 무엇을 판단하고 있는지를 끝까지 묻고 있었다.
그는 감정을 앞세우지 않았다. 억울함을 호소하지도 않았다. 대신 조문을 불렀고, 절차를 짚었으며, 판단의 논리를 하나씩 꺼내 놓았다. 봉쇄 조치의 배경, 당시의 상황, 자신이 내렸던 결정의 이유를 그는 반복해서 설명했다. 설명은 길었고, 문장은 단정했으며, 중간중간 침묵이 섞였다. 그 침묵은 계산이 아니라 사고의 여백처럼 보였다.
“이 재판은 제 유무죄를 판단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이미 결론은 정해졌고, 지금은 그것을 설명하는 절차만이 남아 있습니다.”
그 말이 법정에 떨어졌을 때, 아무도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 판사는 시선을 내렸고, 검사는 메모를 멈췄다. 방청석에서는 누군가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 문장은 도발이 아니었다. 항의도 아니었다. 그저 진단에 가까웠다.
그는 특별 수사를 ‘광란의 칼춤’이라 불렀다. 그러나 그것은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판단의 언어였다. 수사의 속도, 방향, 증거 배열의 방식, 설명의 결여를 지적한 하나의 판단이었다. 그는 수사가 어떻게 질문을 봉쇄하고, 어떻게 반론의 시간을 지워왔는지를 조목조목 짚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지 않았다. 대신 법의 형식이 어떻게 변질되는지를 드러내려 했다.
말이 길어질수록, 법정은 점점 조급해졌다. 시계는 무심하게 흘렀고, 판사의 표정은 더 이상 변하지 않았다. 이 재판은 이미 끝나 있었고, 그의 말은 그 결론을 바꾸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멈추지 않는 것이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진술은 과거로부터 이어졌다. 검찰에 몸담았던 시절, 조직의 논리와 법의 원칙이 충돌했던 순간들, 상부의 지시와 자신의 판단이 어긋났던 장면들. 그는 한때 시정감사장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 말은 구호가 아니었고, 전략도 아니었다. 그에게 그것은 직업적 태도였고, 삶의 방식이었다.
그는 말했다. 법은 편리할 때만 꺼내 쓰는 도구가 아니라고. 권력의 필요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하는 잣대가 아니라고. 설령 자신이 이 재판에서 패배하더라도, 이 원칙만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그 말은 호소가 아니라 선언에 가까웠다.
방청석 어딘가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누군가는 헛웃음을 지었고, 누군가는 욕설을 내뱉었다. 그 웃음은 그를 향한 것이기도 했고, 이 상황 전체를 향한 것이기도 했다. 재판장은 제지를 했지만, 이미 공기는 흐트러져 있었다. 이 법정은 판단의 장소라기보다, 어떤 결론을 통과시키기 위한 통로처럼 보였다.
미세스 미오는 방청석에 앉아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녀는 문장보다 숨결을 들었다. 말 사이에 스며드는 확신, 계산되지 않은 단호함, 그리고 끝까지 논리를 놓지 않으려는 태도를. 그녀는 이 사람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보다, 이 사람이 어떻게 세계를 대하는지를 읽고 있었다.
미스터 지오로 역시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법정의 구조를 보고 있었다. 질문이 사라진 자리, 설명이 요구되지 않는 판결, 그리고 말이 길어질수록 불편해지는 권력의 얼굴을. 이 재판은 이미 죄를 묻는 절차가 아니라, 한 인물을 제거하기 위한 완성 단계에 접어들어 있었다.
1년 전 이 도시로 들어온 두 사람은, 대표자의 재판이 열릴 때마다 법정의 방청석에 앉아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특별수사단의 언어와 대표자의 논리, 침묵을 선택한 법정의 태도 속에서,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같은 구조를 읽고 있었고, 그렇게 점점 서로를 알아가게 되었다.
그날 밤, 법정은 끝났지만 재판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때부터 진짜 재판이 시작되고 있었다. 법정 밖에서, 언론의 문장 속에서, 침묵을 선택한 도시의 표정 속에서.
그리고 아무도, 그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
여덟 구의 시체는, 어디로 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