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과거가 된 것들

by 미온



지난 몇 개월간 나를 괴롭히던 일들은

너무 빠르게 과거가 되어버렸다.

이름을 붙이기도 전에,

가슴 한켠에서 이미 끝나 있었다.


그 속도 때문에

나는 슬프지도, 화나지도 않은 채

다만 낯설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넘실대며 물바다를 일으키던 감정의 우물이

지금은 텅 비어 있다.

상실이라기보다는,

급작스러운 공백에 가깝다.


나는 지금 카페에 앉아 있다.

사람들이 오가고

컵이 내려앉는 소리가 들리지만

그 소음이 나를 밀어내지는 않는다.


그들과 나는

서로를 알아보거나

엮일 필요 없는 위치에 놓여 있었다.

무연고의 개별성은

이토록 가볍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도 없고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각오도 없다.

다만 몸이 먼저 알아본다.

여기가 원래 내가 있던 자리였다는 걸.


이전의 세계는

늘 나를 호출했다.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왜 그렇게 느끼는지까지

설명하라는 얼굴들이었다.


그 질문들 사이에서

나는 자주 숨이 막혔고

간헐적으로는 호흡을 잃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부드러운 커피 한 모금의 감촉이

원래의 감각을 일깨우고

빠른 템포의 팝송이

이탈을 축하하듯 경쾌하다.


오롯이 나만 존재하는 순간.

이 감정을 굳이 구분하지 않으려 한다.


나는 그저, 다음의 도약을 위해

숨을 고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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