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살랑이는 미풍을 맞을 때면
바람 그 자체가 되고 싶었다.
눈을 감고 선들거리는 바람 속에 서있으면
정말로 그렇게 된 것 같은 순간이 있었다.
사방으로 흩어지는 영혼을
마음껏 상상하면서.
그 무엇도 아닐 수 있다면
기꺼이 그리하겠다던 사람이 생각난다.
나는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 사람도 나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존재란 결국, 유일한 것 아니던가.
그럼에도 가끔은 궁금해진다.
지금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그 영혼.
아직도 새벽의 미명 아래
혼자 깨어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