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그 이름에
문득 마음이 사로잡힌다.
인사동은 오래된 계절의 자리다.
꿈에 부풀어 있던 대학 시절,
졸업 작품에 쓸 원단을 찾으러 골목을 헤매던 날들.
손에 쥔 작은 재료보다
앞으로의 시간이 더 설레던 때였다.
한옥 처마 아래 어둑한 불빛,
찻잔 위로 피어오르던 김.
떠올리기만 해도
부드러운 온기가 번진다.
한때는 카페를 순례하듯 다녔다.
마음에 든 두 곳을 번갈아 다니며
늘 같은 자리에 앉곤 했다.
낯설지 않은 테이블과 창가의 풍경이
익숙한 평온으로 다가왔다.
창으로 스며든 햇살이
커피잔 속으로 잘게 부서지던 시절.
미래는 막연했고,
가끔은 쓸쓸했지만
그 안에는 잔잔한 평온이 함께 섞여 있었다.
십 년이 흘러 다시 봄이다.
그리운 계절은 지나가고
다시 그리운 계절이 찾아온다.
이럴 때면
새벽의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려오는 듯하다.
먼 여행지에 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기묘한 감각처럼,
모든 것이 그리움이다.
과거도 현재도, 과거가 될 미래도.
나는 조용히 되뇐다.
계절은 간다.
계절은 다시 온다.
그때의 나는
어딘가 다른 모습이면서도
같은 감각을 지닌 채
다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