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삶
어쩌다 줄줄이 스케줄이 캔슬되는 바람에 한가해진 평일 오전, 함께 등산을 가자는 글을 발견하고는 충동적으로 참석을 하기로 합니다. 막상 신청하고 보니 후회가 밀려오네요. 나 산에 오를 수 있을까? 등산화가 어딨더라... 차 트렁크를 뒤적거렸더니 오랜 시간 잊혔던 등산화를 발견하고는 안도해 봅니다. 등산화도 찾았고, 약속은 약속이니 약속장소로 향합니다.
출발 지 앞 주차장에 주차하고 나서도 갈까 말까 잠시 망설이는데 함께 산에 오를 일행의 전화가 옵니다.
"우리 입구에 있어요~ 이리로 오세요!"
허둥지둥 신을 갈아 신고는 첫발을 내디뎠지요.
두근두근두근~
벌써 심박수가 요동쳐서 될 일인지...
아니나 다를까... 좀 긴장한 탓도 있고 요새 좀 컨디션이 들쑥날쭉 했었는데, 잠시 올라가다 숨을 급격하게 헐떡거리고 약간 어지러움이 밀려와 걸음을 멈추었더니 주위 사람들이 걱정스레 제 안색을 살핍니다. 아~이런, 안색이 창백하대요. 기세 좋게 간다 해놓고 초입부터 상태가 별로인 제가 스스로도 원망스럽더라고요. 모두에게 걱정을 끼칠 바엔 먼저 돌아가야 하나... 머리가 하얘져서 가져온 물 한 모금을 마시며 다시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독려해 주며 곁에서 함께해 주니 조금씩 긴장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느리지만 한 발 한 발 떼다 보니 여차여차 올라가집니다. 올라가는 내내 쉬엄쉬엄 가라며 준비해 온 간식을 나누어 주기도 하고, 각자의 페이스가 있는 거라며 응원해주기도 합니다. 자신의 페이스보다 저의 속도에 맞추어 주며 속도를 늦추기도 했지요.
함께하는 이들 모두가 돌아가며 제 주위에서 케어해 준 덕분에 한걸음한걸음 나아갈 수 있었어요.
결국 후들거리는 다리로 정상에 도착했어요!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는데 어찌나 다리가 후들후들하는지...
그래도 사진 속 제 표정은 활짝 웃고 있군요! 나름 뿌듯했나 봅니다.
정상에서 잠시 기쁨을 만끽하고, 그늘 찾아 자리 잡고는 가방 속에서 짜잔 등장한 막걸리! 등린이 시원한 막걸리 먹여주려고 밤새 냉동실에서 꽁꽁 얼린 막걸리라는군요. 막걸리 슬러쉬라는 표현이 맞겠어요. 지친 몸과 맘을 시원하게 달래주는 막걸리였어요. 이 맛에 산에 오르는 걸까요?
막걸리도 한잔 했고, 후덜 거리는 다리도 조금 진정이 되었어요. 이제 하산을 해볼까요?
내려오는 길은 조금 여유가 생겨서 인지 천천히 주변을 둘러봅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면서 산길을 따라 내려가요.
내려오는 길에 잣나무 숲길이 참 좋았습니다.
"산은 머물기 위해 오는 곳이야"
누군가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산에 머문다는건 여유의 영역같습니다. 여유롭게...
신체적인 에너지와 정서적인 에너지의 여유를 누리는것.
잣나무 숲에서 머물면서 산을 더 만끽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등린이라 여유가 없습니다. 그저 함께하는 이들과 속도를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겨졌어요. 저의 체력도 거의 바닥이기도 했고요. 다음 기회를 기약하는 걸로 합니다.
함께 글을 쓰는 7주간의 과정을 돌이켜 보니 함께 등산을 했던 그때가 생각납니다.
충동적으로 함께 글쓰기를 해보자고 불쑥 시작은 했는데,
'나 글을 쓸 수 있을까?'
'어떻게 써야 하지?'
'무엇을 써야 하나?'
노트북 앞에서 흰 바탕을 마주하고 있자면 긴장이 막 되면서, 괜히 글 쓴다고 했나...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못쓰겠다며 뒤돌아 도망치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었지요.
막상 주제를 받고 써보려는 애를 써보지만, 내 마음 같지 않게 글이 써지지 않는 그런 시간엔 정말이지 머리가 어질어질했어요. 함께하는 이들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는 날들도 있었지요.
그렇게 힘들어할 때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글로, 또 댓글로 격려하고 지지해 주며 다음 글을 쓸 수 있게 도와주는 덕분에 어려웠지만, 즐겁게 매주 한편씩 글을 써나갈 수 있었지요.
벌써 7편의 글을 발행하게 되었네요.
함께 하는 7주라는 시간 속에서 각자의 삶을 글로 나누며
끈끈한 동지애 같은 게 생긴 것 같아요.
글 속에서 각자의 생각과 철학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시원한 막걸리를 나누어 마시고 함께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나눈 것처럼,
우리 시원한 막걸리 한잔으로 7주간의 여정을 자축해야겠어요!
여전히 글쓰기는 어렵고,
여전히 나는 무엇을 떠들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계속 글쓰기를 하다보면 여유가 생기겠지요?
글속에서 즐겁게 머무는 그런날이 오겠지요?
올려놓은 글들을 훗날에 다시 읽게 된다면 나도, 그리고 모두가 지금의 느낌과 또 다른 느낌을 받지 않을까 하는 미래에 대한 기대도 남겨놓아 봅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