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 좋은 년

7. 지향

by JinSim


당신의 삶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기분 좋은 술자리 후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동행자에게 받은 질문이다. 선뜻 답을 하지 못하고 생각이 복잡해진다.

나의 삶의 목표?!

어디로 가야 할지 이정표가 되어줄 그 목표가 모호하게 느껴진다. 목표가 생기면 목표를 향해 갈 텐데, 목표도 없이 그냥 걸었구나 싶은 생각에 좀 허탈함이 몰려온다.


부모교육 강의 때 양육의 장기적 목표 설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때그때 문제상황을 해결하는 노력을 하다 보면 목표점에 언젠가 도달할 수도 있겠지만 돌고 돌다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장기적 목표로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길 바라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데, 목표는 직업이나 학교가 아니다. 'ㅇㅇ한 사람'으로 설정한다.

'자기주장을 잘할 수 있는 사람', '독립적인 사람', '이타적이고 따스한 사람', '사회에 적응을 잘하는 사람', '책임감 있는 사람', '정직한 사람'...

부모는 각자의 기준에서 괜찮은 사람으로 아이가 자라기를 바란다. 그런 사람이 되도록 양육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장기적인 목표가 세워지면, 문제상황이 발생했을 때 나의 행동이 양육에서 장기적 목표로 가는데 도움이 되는지 걸림돌이 되는지 판단하고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양육에서도 장기적 목표가 중요하지만, 나의 삶에서도 장기적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분명한 목표설정을 하지 않고 흘러가듯, 표류하듯 살아온 것 같다. 질문을 받고 나서야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 얼얼하고 멍하다.


나의 장기적 목표는 뭐였더라? 치열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것을 어영부영 미루고 있었구 싶다.

내 삶이 그리 치열하지 않아도 평안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낙천적일 수도, 회피적일 수도...

삶의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살아온 환경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졌고,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상대방이 무심결에 '팔자 좋은 삶이네'라고 이야기를 하더라.

맞아요, 저는 '팔자 좋은 년'이에요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글을 쓰는 내가 팔자 좋은 삶에서 취미로, 재미로 하는 놀잇거리로 보일 수도 있겠다.






글을 쓰는데도 목표가 있어야 할 텐데, 내가 글을 쓰고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나의 글이 어떤 길로 가고 있는지 탐색해봐야 할 것이다. 내가 쓰고자 하는 글 내가 말하고 싶은 주장이 무엇일까?

다시 찬찬히 내가 써놓은 글을 탐색해 본다.


아쉬운 부분만 눈에 들어온다. 부족한 내 글에서 주저함과 답답함이 길을 막아선다. 좀 더 글의 경험치가 쌓여야 큰 맥락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이제껏 나의 글쓰기는 생각나는 단어의 나열이 고작이었다 생각된다.

우리는 영웅의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서사를 좋아한다. 그 역경이 나의 고난처럼 동질감을 느끼고, 극복함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역경이 하드 할수록 독자는 더 몰입하고 더 흥미로워진다.


팔자 좋은 나의 서사가 그렇게 흥미진진할 것 같지는 않지만,

뭐, 이런 삶도 어디에나 존재하니 어쩌면 팔자 좋음이 평범하지 않은 범주일수도 있겠다.

한 번뿐인 인생을 기록하는 것.

즐거움을 나누는 것.


그것의 나의 글의 지향성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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