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발동

5. 탐색

by JinSim


치료실에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연령에 따라 성별에 따라 반응이 천차만별이요.

주로 어른들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치료실에 들어서서는 마주 앉아있는 치료사를 탐색해요. 이 사람은 유능할까? 내 이야기를 털어놔도 잘 들어줄까? 관상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치료사에게 "인상 좋으시네요." 라며 사회적인 인사를 하기도 하지요. 치료사 탐색이 어느 정도 되었다 싶으면, 그제사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 놓기 시작해요. "나는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하지만 뭔가 도망칠 여지를 마련해 놓는 것 같아요. '자 어디 한번 나에 대해 맞춰봐!'라고 하는 듯 치료사의 반응을 탐색하지요. 반응이 마음에 든다면 조금 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고 다시 반응을 탐색합니다.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치료실 여기저기를 탐색하며 질문을 쏟아내요. "이건 뭐예요?" "어떻게 하는 거예요?" "나도 이거 해도 돼요?" 치료사의 긍정의 끄덕임 뒤에는 호기심이 폭발하지요. "이거 해볼래요. 이것도, 이것도!"

뭐든 탐색하는 것부터 시작인 것 같아요.


잔뜩 움츠러든 모습으로 방문하기도 해요. 눈도 못 마주치고, 무슨 큰 잘못을 한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을 닫아버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움츠러든 내담자는 긴장을 낮추도록 도와주어야겠지요. 긴장감이 낮아지면 그제야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내보이기 시작합니다.


또, 어떤 내담자는 나만 보라는 듯 한시도 시선을 거둘 수 없도록 과장되고 요란스럽게 행동하기도 합니다.

온몸으로 나를 좀 보세요! 나만 보세요! 외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외침만 있을 뿐 자신을 드러내지는 못해요. 세상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가득 차 엄청 화가 난 상태 같아요. 그런 내담자는 좀 진정을 하도록 도와주어야 하지요. 좀 진정한 뒤에는 눈도 마주치고 치료사를 탐색합니다.


우리는 탐색을 통해 안전함을 확인하고, 안전함이 확보된 이후에 자신을 드러낼 용기가 생기게 됩니다.


조금 용기가 생겼다면, 이제는 표현할 수 있는 여러 매체들을 경험해 보는 시간이 필요해요. 다양한 매체를 경험해 보기 위해서는 호기심이 작동되어야 해요. 호기심이 생기면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생기면 다루어보는 거죠. 그렇게 경험을 쌓아 나가다 보면 더 익숙하고 편안한 매체가 생기는 시점이 옵니다. 익숙하고 편하다는 게 스스로 안전하게 느낀다는 거겠죠? 편안한 매체를 이용해 자기를 드러내봅니다. 선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색이 될 수도 있어요. 형태이거나 낙서일 수도 있지요. 그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감추어 둔 마음을 발견하기도 해요.


단번에 되는 건 없어요.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지레 지치지 않게 곁에서 응원도 해 주어야 하지요. 혼자서 그 과정을 해나갈 수는 있겠지만, 참 힘이 들겠지요.





나는 내 글을 탐색합니다.

나는 타인의 글을 탐색합니다.


아직은 탐색단계에 머물러 있어요.

아직 글쓰기가 안전하다 여겨지지 않나 봐요. 여전히 나는 움츠러들고 표현하기 어려워요. 이제껏 글쓰기라는 매체를 경험 중인 줄 알았는데, 여전히 탐색단계였나 봐요. 어색하고 어렵습니다.


어제 적어놓은 글을 모두 지워버렸지요. 써놓은 글을 드러내는 게 더 두렵게 느껴지네요. 조금 내 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걸 수도 있어요. 글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을 수도 있겠네요. 타인의 글을 탐색하며 조금씩 내 글을 돌아봅니다. 아쉬움이 많은 글이지만 한걸음 한걸음 꾸역꾸역 내딛는 발자국이라 여겨야겠지요.

탐색을 하다 보니 기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궁금해집니다. 호기심이 생기니 더욱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네요.

그렇게 관심을 기울이고 나에게 더 가깝게 거리를 좁힙니다.

글에 대한 관심에서 글쓴이에 대한 관심으로...

곁에서 용기를 주는 글친구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함께하기에 서로 위로하고 응원하면서 꾸역꾸역 쓰고 있나 봐요.


탐색하고, 용기를 내어보고, 아직은 낯설고 어려운 글쓰기를 경험하면서 그렇게 표현하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여정.


오늘도 조금 징징거리지만,

타인의 글들을 탐색하고, 나만의 글쓰기를 찾아보는 탐색의 시간을 보내봅니다.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는 그날이 올 거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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