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월요일

2. 관찰과 묘사

by JinSim

어쩌면 우연히,

어쩌면 선물처럼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주말 내내 ‘엄마 모드’로 지냈기에 오늘만큼은 집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내 마음대로 박물관에 가볼까 싶어 검색을 해보니 아차, 휴무일이다.

월요일은 박물관도, 미술관도, 전시장도 쉬는 날.

주말 동안 바빴을 그곳도, 그들도 쉬어야겠지.

나 역시 엄마라는 역할을 잠시 휴무로 돌리고 집을 나선다.



훌쩍 바다를 보고 올까,

아니면 외곽으로 드라이브를 할까.

잠시 고민해 보지만 결국 집 가까이에 있는 카페로 향한다.

일이 늦게 시작되는 날이나 집에 있고 싶지 않은 날이면 무작정 차를 몰고 가게 되는,

늘 찾는 카페가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입구로 들어서면 높은 천장과 노출된 철골 구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하얀색으로 마감된 기둥과 보는 공장 내부를 연상시키지만 차갑기보다는 정돈되고 따뜻한 분위기를 풍긴다. 천장이 높아 시야가 트이고, 공간 전체가 숨 쉬는 듯 여유롭게 느껴진다.

건물은 스킵플로어 구조로 투명한 유리 난간과 계단을 통해 위아래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어느 층에 있어도 서로 다른 공간의 분위기가 시각적으로 이어져 답답함이 없다.


특히 마음에 드는 건 공간 곳곳에 놓인 큰 화분과 늘어지는 초록 식물들이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행잉 플랜트와 커다란 잎의 관엽식물들이 인공적인 구조물의 딱딱함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테이블과 의자도 매우 다양하다. 가구 전시장처럼 통일감은 있지만 획일적이지 않아 단조롭지 않다.

테이블 사이사이에 놓인 스탠드 조명들이 공간에 멋스러움과 따뜻함을 더한다.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카페라기보다는 언제 가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줄 것 같은 든든하고 고급스러운 아지트 같은 곳이다.



혼자 오면 자연스럽게 앉게 되는 자리가 두 군데 있다.

2층의 큰 창가 자리와 1.5층 계단 옆 자리.

오늘은 2층 큰 창 앞에 앉는다.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부는지,

하늘에 구름이 얼마나 끼어 있는지,

어떤 곡인지 알 수 없지만 존재감이 크지 않은 잔잔한 음악을 멍하니 듣고 있는 시간.

그런 순간들이 참 좋다.



노트북도 챙겨 왔지만 얼마 전 빌려온 김영하의 [단 한 번의 삶]을 펼친다.

책 표지를 넘기자 첫 페이지에

“항상 좋은 일들만 가득하세요”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귀여운 손글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어린 시절의 일기에는 ‘나’에 대한 말들로 가득했다. 내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일까를 알기 위해 애썼던 십 대의 내가 거기에 있다. 그러나 돌아보면, 나라는 존재가 저지른 일, 풍기는 냄새, 보이는 모습은 타인을 통해서만 비로소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천 개의 강에 비치는 천 개의 달처럼, 나라고 하는 것은 수많은 타인의 마음에 비친 감각들의 총합이었고, 스스로에 대해 안다고 믿었던 많은 것들을 말 그대로 믿음에 불과했다.
[단 한 번의 삶] - 김영하


나는 여전히 ‘나’에 대한 말들을 쓰고 있다.

내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은 늘 신경 쓰이고 의식된다.

상대의 표정이나 말투로 기분과 상태를 예민하게 읽어내는 데 많은 에너지를 쓰는 편이다.


그래서 몹시 외향적이라는 말을 듣는 나에게도 혼자만의 시간은 꼭 필요하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도 많지만 주부라는 역할이 부여된 공간에서는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기란 쉽지 않다.


이 넓은 카페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고, 주목받을 일도 없다.

그래서일까.


위로가 필요하다기보다는

감정이 스스로 가라앉을 시간을 허락해 주는 공간이 필요하다.


오늘도 이렇게

나의 감정을 잔잔하게 가라앉혀 주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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