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리가 물고기를 먹는 법

by 미르

강변을 산책하다 가끔씩 만나는 왜가리를 경이로운 눈으로 본다.

왜가리가 바로 으악 으악 하고 울어서 '으악새'라고 불리는 새이다.

매끈해 보이는 회색 깃털로 휩싸인 몸통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도 길쭉길쭉한 다리와 비율로 따지자면 기린 뺨을 칠 것 같은 긴 목이 인상적이다. 목이 긴 동물들이 그러하듯 우아함을 장착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우아함을 와장창 깨는 일을 목격했다.


산책을 하다가 본 광경이다.

왜가리 한 마리가 어른 팔뚝만 한 물고기 한 마리를 기다란 부리에 가로로 물고 있었다. 부리의 크기를 넘어서고 자신의 얼굴과 부리를 합친 크기를 벗어 나는 커다란 물고기였다.


왜가리는 저 물고기를 어떻게 먹을까?

사람이라면 칼로 잘라 요리해서 먹겠지만 왜가리가 물고기를 칼로 요리를 하지는 못할 테니 내려놓고 쪼아 먹을까?


아니었다.

왜가리는 고개를 위로 쳐들고 입을 벌리고 물고기를 조금씩 움직여서 자신의 부리와 일직선이 되도록 조정했다. 물고기의 머리를 포함해서 3분의 1 정도는 부리 속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몸통이 허공에 흔들흔들거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꿀꺽 삼켰다.

말 그대로 꾸울꺽이다.


덩치가 큰 물고기이니 왜가리의 가느다란 목줄기를 불룩하게 만들고 꿀렁꿀렁 천천히 내려간다. 어린 왕자의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보는 듯했다. 그 커다란 물고기를 삼키고도 왜가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 자리에 계속 의연하게 서 있었다.


그 뒤 왜가리에 대한 인상은 좀 바뀌었다.

고고하고 우아한 녀석이 아니라 좀 무자비하고 대범한 킬러 같은 느낌이다.



자, 이것을 사람으로 생각해 보자.

얼핏 사람의 머리만큼이나 둥글고 빨갛고 초록인 어떤 것이 생각나지만 생각하지 않기로 하자.


묘사하지도 말자.

좀 그로테스크하다.

그저 추상적인 것이라고 뭉뚱그려 생각해 보자.


사람이 자신보다 커다란 어떤 것을 꿀꺽 삼키다.


이럴 때는 비난이 나올 수도 있다. 분수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결과만 보고 그 성과가 과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행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행운을 잡기 위한 노력도 무시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자신이 볼 수 없었던 많은 시간 동안의 노력을 생각하지 못한다.


왜가리가 물고기를 떨어뜨리지 않고 고개를 쳐들고 살살 돌려서 각도를 맞추는 방법을 익혔듯이 사람들도 커다란 무언가를 삼키기 위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는 꿀꺽이라고 할 만한 성과가 나온 것이다.

좀 과한 듯하나 왜가리가 물고기를 다 먹고 난 뒤 날아가지 않고 그 자리를 의연하게 지키고 있듯이 꿀꺽 삼키고 나서 한숨을 돌리면서 소화를 시키면 된다. 좀 배가 부르겠지만 즐기면 된다.


그 커다란 어떤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그 커다란 것이 내 앞에 있다면 덥석 물어 버릴지 야금야금 뜯어먹을지 아직은 모르겠다.

그저 이렇게 오늘의 글을 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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