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는 새를 세는 방법

by 미르

길을 가는데 앞쪽 하늘에서 이쪽으로 새가 무리 지어 날아온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마음속으로 새가 몇 마리인지 재빨리 세어 본다.


'둘, 넷, 여섯, 여덟, 열, 20, 30, 40, 50, 60'

와, 대규모다!

대략 60마리가 넘는 새들이 V자 형태를 유지하면서 우아하게 날아온다.

새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본다.


예전에 TV에서 조류학자의 인터뷰를 보았다.

철새를 관찰하러 가면 기본적으로 촬영을 하고 나중에 자세히 새의 숫자를 세지만 현장에서도 수를 센다고 한다.


몇천, 몇만 마리나 되는 철새의 수를 세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둘, 넷, 여섯, 여덟, 열.' 2개씩 묶어 수를 세어 재빨리 1묶음으로 만든다.

그다음은 대략 10마리 정도씩 눈대중해서 '20, 30,...... 100' 이렇게 또 1묶음을 완성한다.

그다음은 '200, 300,...... 1,000'

이런 식으로 몇만 단위까지 순식간에 센다고 한다.


'많은 새가 날아간다'보다 '60마리가 넘는 새들이 날아간다'가 훨씬 더 구체적으로 눈에 마음에 와닿는다.

그 뒤 하늘에 날아가는 새를 보면 마음속으로 재빨리 수를 세어 본다.

구체적으로 다가온 새의 모습을 보며 새의 존재를 더 인식하게 된다.

아는 만큼 더 느낀다.


무리를 지어 나는 새들을 보면 어릴 적에 본 '닐스의 신기한 모험'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생각이 난다.


스웨덴 여류작가 셀마 라게를뢰프가 쓴 장편동화가 원작인 이 애니메이션에서 장난꾸러기 소년 닐스가 요정을 괴롭히다 저주를 받아 몸집이 작아져 자신의 집에서 키우는 거위의 등에 타고 기러기 무리의 틈에 끼어 스웨덴 전역을 가로지르는 여행을 하게 된다.


기나긴 여행 과정에서 기러기를 호시탐탐 잡아먹으려고 하는 여우에게서 기러기들을 구해 주고 다른 동물들을 만나면서 점점 변화되어 가는 주인공 닐스를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닐스와 거위를 일행으로 받아 준 대장 기러기의 결단력이 참으로 놀랍다.

긴 여행에 무리들을 이끌어야 하는데 군식구를 받아들여서 여행을 같이 했구나.



새들이 날아갈 때 V자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쇼트트랙 경주 중 선두에 나선 선수가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 것처럼 철새도 선두의 힘센 리더가 공기 저항을 막고 상승기류를 만들어 준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리더가 항상 선두에 위치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튼튼한 새들과 교대로 선두 자리를 교체하여 에너지를 비축한다.


혼자 살 수 있는 사회는 없다.

새들도 사람도 어울려 살아간다.


작은 무리이지만 하나의 작은 사회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우두머리도 있고 각종 위험을 막아내고 대비하는 튼튼한 수컷들도 있고 비록 힘은 없지만 없어서는 안 될 암컷들과 어린 새들도 있다.

이 기나긴 여행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 서로를 지키며 나아간다.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새들이 추위를 피해서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진다.

어디를 가든 그들이 행복한 보금자리를 찾기를 바란다.

흔들리고 있는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이전 05화물고기가 물 밖으로 점프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