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왕 김밥

스팸이 들어가면 게임오버

by 미르

김밥의 화려한 색상은

항상 눈길을 끕니다.


옳지, 김밥이다.

오늘은 김밥을 만들자.


김밥 김과 단무지.

다행히도 있습니다.


예전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진들에게

서로 의논하지 않고

김밥 재료를 사 오라고 했습니다.


겹친 재료들도 있었고

한우라는 고급 김밥 재료(?)를 사 온 멤버도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다양하게 응용을 하더라도

김밥김과 단무지만 있으면

냉장고 속을 뒤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자, 들어갑니다.

김밥 김 포장지의 화려한 김밥 예시를 보며

무얼 넣을까 생각합니다.



포장지의 그림 그대로 만들 수 있을까?

땡!

오이가 있군요.


딸이 오이를 무서워합니다.

오이에서 세제 거품 맛이 난다고 합니다.


상큼하고 시원한 오이가

어째서 그런 맛이 나는지 궁금하지만

그런 유전자가 있다는 말에 수긍합니다.


10년도 훨씬 전에

홍콩에 여행을 가서

처음으로

고수가 들어간 음식을 먹었습니다.


이게 무슨 맛이지?

먹다 보면 맛있어지려나?


한참을 먹다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고

앉은 자리에서

땅 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경험을 한 뒤로


유전자가 거부하는 음식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그 뒤로

어디를 가든지

"노 샹차이!"을 단호하게 외칠 수 있는

능력을 하나 획득했습니다.


냉장고에 오이?

없습니다.


오이 대신 시금치.

그리고 고수만큼이나

외국인들에게 호불호가 있다는

깻잎도 꺼냅니다.


나는 한국사람이다.

깻잎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달걀, 당근.

어묵은 어묵탕용 어묵을

빌려 씁니다.


그리고 햄 대신 스팸이 등장합니다.

김밥에 스팸이라니.

반칙입니다.


밥에 스팸만 먹어도 맛있는데

김밥에 스팸은 반칙왕입니다.


가끔 요리에 반칙이 존재합니다.

맛있는 반칙입니다.


달걀 휘리릭.

나머지 재료들도 타다다닥.


달걀부터 노랗게 예쁘게 부치고

당근을 휘리릭 볶습니다.


아, 당근이 익었으려나. (하나 먹기)

간이 맞나. (또 하나 먹기)

이건 김밥에 넣기에 작은 녀석이잖아. (또~)

맛있잖아. (또 먹기)


정신 차려.

지금 당근 볶음이 아니라

김밥에 들어갈 당근이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당근을 마저 볶습니다.


어묵도 간장을 넣고 졸여 냅니다.


그 와중에 데쳐낸 시금치도

마늘, 소금, 간장, 참기름으로 무칩니다.


이제 김밥 말기.

이 부분이 좀 어렵습니다.

균형 잡고 힘 있게 단단하게 말기.


새해에 세운 계획 '손아귀 힘 기르기'는

이 상황에 도움이 됩니다.


김밥 옆구리가 터지지 않을 정도로

돌돌 말아 꽉 쥐어 줍니다.


김밥에 참기름을 바르고

잘 드는 칼로 쓱쓱 자르기.


이 부분이 제일 신납니다.

어디 맛을 볼까? (꽁지 하나)

이런 터졌잖아. (또 하나)

이건 너무 작은데. (또~)


김밥을 자르면서

열심히 김밥 꽁다리를 먹습니다.


정신 차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쓱쓱 썰어 냅니다.


이제, 김밥 탑을 쌓자.

균형을 잡아서

둥글게 둥글게

미학을 생각하면서

올려 줍니다.


자, 완성이다.



보기에는 멀쩡합니다.

그런데 먹으려고 하면

말아 놓은 김밥 끝부분이 스르륵 풀립니다.


뭐가 잘못되었을까요?

아직 손아귀 힘이 부족한가 봅니다.

꽈악이 필요합니다.


손아귀 힘 기르기.

올해 열심히 잘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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