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마음이 너그러워진 딸이
딸기잼 쿠키를 만들어 준답니다.
분명 만들어 준다고 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버터를 녹이고 젓고
제가 다 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아는 것이 힘입니다.
레시피를 딸이 알고 있으니
저는 시키는 대로
부어라 하면 붓고
저어라 하면 젓습니다.
아는 것이 왕입니다.
나중에 훔쳐보게 된,
딸이 종이에 대강 적어 놓은
레시피를 옮겨 보겠습니다.
딸기잼 쿠키 만들기
버터 100g + 설탕 50g : 휘핑
노른자 1개 섞기
박력분 150g 체 치기 + 베이킹파우더 1g
가루 안 보일 때까지 섞기
지퍼백에 평평하게 담고 냉장 30분
20개로 나누고 모양 만들기
150도 15분 예열 + 20분 굽기
제과 중에서
비교적 레시피가 간단한 쿠키입니다.
전자레인지만 한 작은 오븐으로
충분히 도전할 만한 쿠키입니다.
원래는 버터를 실온에 30분 이상 내놓아
말랑말랑하게 될 때까지 녹여야 합니다.
하지만 쿠키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는데
기다리려니 좀이 쑤십니다.
주걱으로 마구마구 잘라
억지로 막 녹입니다.
설탕!
어마어마하게 들어갑니다.
보기에 헉 소리가 납니다.
하지만 많아 보인다고 덜 넣으면
우리가 아는 쿠키가 아니라
아주 건강한 쿠키 맛이 납니다.
백종원 선생님의 설탕 사랑을
제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른자 분리!
노른자를 분리하는 도구도
따로 판매한다고 하는데
그까이것쯤이야
주부 경력이 얼만데
우습게 톡 깨뜨려
노른자만 무사히 분리합니다.
아, 흰자도 버리지 않고
나중에 저녁 반찬으로
달걀찜할 때 쓰기로 합니다.
박력분 체 치기.
베이킹파우더 1g을 재야하다니 귀찮습니다.
눈 대중으로 찔금 넣습니다.
부풀어 오르는 것을 책임지니
덜 부풀어 딱딱해도 괜찮고
많이 부풀어 부드러우면 더 좋습니다.
그리고 집에 놀고 있는 바닐라 가루를
이 단계에서 첨가합니다.
대강 섞어
지퍼백에 평평하게 판 모양으로 만들어
냉장고에 넣습니다.
30분 동안
계량 도구랑 각종 그릇들을 정리합니다.
물론 제가 합니다.
수석 셰프, 수석 파티시에는
그런 것 신경 쓰지 않습니다.
억울하면 레시피를 가져야 합니다.
그럭저럭 바쁜 30분이 지나고
지퍼백을 꺼내 20등분을 하랍니다.
지퍼백 위로 젓가락을 옆으로 하고
대강 이등분씩 꾹꾹 눌러 등분을 하니
16개가 나옵니다.
옆에서 수석 파티시에님의
쯧쯧 혀 차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니지 20개!
다시 정신을 차리고 20개로 나눕니다.
이제 지퍼백에서 한 덩이씩 꺼내
동그랗게 20개 만듭니다.
동그란 것을 꾹 눌러 작은 호떡 모양을 만듭니다.
그리고 딸기잼을 넣을 구멍을 만들라고 합니다.
이 단계에서 제가 빵 터졌습니다.
손을 꿀밤 때리기 모양으로 만들고
집게손가락의 마디 부분을 좀 더 내어
꿀밤을 먹이는 것처럼
반죽 가운데를 누르라고 합니다.
꿀밤이라니!
분명 전문가들은
구멍을 만드는 멋진 도구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딸이 알아온 레시피는
집에서 간단하게 만드는 레시피니
손으로 꿀밤을 만들어 구멍을 내랍니다.
잠시 머릿속으로
우리 집에 있는
작은 숟가락이나
동그란 어떤 것을 생각해 보았지만
각도가 안 나옵니다.
그래서 동그란 반죽에 미안하지만
꿀밤을 정성 들여
한가운데에다 하나씩 먹입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그 구멍에 딸기잼을 넣습니다.
판이 작으니 2판을 굽기로 하고
저의 임무는 끝났습니다.
불 조절은 권력자의 것입니다.
온 집안에 향긋한 바닐라 향과 버터 향이 퍼지고
쿠키가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짜잔!
완성입니다!
제가 이렇게 제과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예전에 제빵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제빵 기능사 시험을 치러 가서
꽈배기를 44개인가 45개를 튀긴 이야기가
궁금하십니까?
다음 시간에는
꽈배기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