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맛이다

꿀 때려 붓기가 빠졌네

by 미르

비 오는 휴일 아침.

위잉 윙 윙~

냉동 블루베리와 각종 베리류,

어제 삶아서

반으로 갈라 작은 티스푼으로 파낸 밤,

마지막으로 우유까지 합체해서

믹서기에서 윙 하고 힘차게

돌아갑니다.


컵에 부어

한 입 마시고 난 남편이 말합니다.


"건강한 맛이다."


저도 한 모금 마셔 봅니다.

건강한 맛이네요.


단 맛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래서 먹으면

아주 건강해질 것 같은 맛입니다.



제가 만들지 않았습니다.


저는 만들 때

달달한 꿀을 때려 부어 만듭니다.

꿀파입니다.


비 오는 아침.

산책을 포기하고

얼마 전에 새로 장만한 안경을 끼고

심각한 척하며

노트북으로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저를 보고


남편이

기특하게도

자발적으로

요란스럽게 만든 음료입니다.


아, 기특합니다.

제가 글 쓰는 보람이 있습니다.


한 입 마시고는

평소에 제가 만든 달달한 맛과는 다른

밋밋한 맛에 놀라서 내뱉는 말도 기특합니다.


'건강한 맛이다'


자신이 이렇게 달달함을 쏙 뺀 음료를 만들어

미안해서인지

혹은 네이버 맞춤법도 찾아내지 못하는

저의 글의 간혹 틀린 철자를 찾아내느라

그동안 저의 다정한 글을 읽어서인지

이리 다정한 말을 합니다.


후자라 믿고 싶습니다.

제가 잘 키웠습니다.


저의 글이 한 명에게라도 가닿아서

저리 다정한 말을 할 수 있다니

참 뿌듯합니다.


아침부터 어찌 이리 예쁜 말을 쓰냐고

대단하다고

마구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이 글을 나중에 또 읽게 되겠지만

뭐 상관없습니다.


흔치 않은 칭찬의 글이니

입이 헤 벌어질 것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춘다고 하는데

고래보다 작기는 하지만

저 중후한 배를 가지고 기뻐서

다음에도 이런 기특한 일을 하기를 바랍니다.


아, 건강도 좋지만

이왕이면 꿀을 첨가해서 말입니다.


이렇게 다정한 말 한마디 듣고

칭찬을 듬뿍하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멋진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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