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가장 잘한 일

by 미라



나무로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은

당신 쪽으로 쓰러진 일이었습니다



나보다도 훨씬 먼저

이우는 파국을 예감했던

마지막 산새가 둥지를 버리고

나를 떠난 날부터야



쩔쩔매며 안간힘을 쓰는 일이

더이상은 소용없다는 확신이

내 몸의 맨 바깥쪽 가장 딱딱한 곳까지

진물처럼 창궐한 즈음



보나마나 하필이면

당신쪽으로

나동그라질거란 생각에

나는 당신과 눈도 맞추지 못하고

염치 없이 기운 몸을

마지막까지 베베 틀었습니다



결국 오랜 그 찰나

내 첫 잎사귀가 당신을 닿고만 참담한 그때

잔가지들이 일제히 수치심으로 떨었습니다만

당신의 뿌리가

나를 어루만집니다



괜찮아요, 무너지세요

당신을 벌써부터 버티고 서 있는 일이

나무로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었습니다




Dötlingen, Niedersachsen, Germany | photo by M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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