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홀로 떠내려가는 바람에

by 미라



거뭇거뭇 썩어가는 어깨와
뼈가 튀어나온 허리를 겹쳐 맞대고
떨어질새라 맨 뒤꿈치로 버티며
필사적으로 침몰하려던 것은



마지막이라던 소문이 흉흉하던
지난 겨울을 나며
우리가 함께 뜻을 모아 간구했던
이제껏 유일한 것이었다



사방팔방에서 진군하는 얼음장이
홑겹으로 쫄아든 우리들 피부의
마지막 성한 땀구멍까지 쳐들어오면
숨막히는 와중에 이를 악물던 몇몇은
팔짱을 낀채로 혼절해 나동그라졌다



서릿발 얼음이 자진후퇴와 포위를
몇번이나 반복하고 나서야
계절이 바뀌어야 목소리를 되찾는 새들이
한덩어리가 되어 삭아가는 우리의
습관성 절망 위로 낮게 날기 시작했다



우리 중 하나인 것이 분명한 네가
팔짱을 풀고 돌연, 홀연하기를 원한 것은
그래서 다시, 떠내려가는 힘으로
떠올라 희망하겠다고 한 것은
그때였다



우리의 이미 혼미한 관자놀이를
너의 발칙한 그림자가 유영해 지나갈때
우리는 소문의 진상을 뒤늦게야 알아차린다
마지막은 언제나 겨울이 아니라
겨울을 끝 삼아 희망을 멈춘
우리였다는 것을



네 덕분에,
네가 홀로
떠내려가는 바람에








Wildeshausen, Niedersachsen, Germany/Mira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