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설

by 미라



어떤 이야기들은

얼마나 은밀했길래

더운 숨 붙은 것들이

좀처럼 얼씬거리지 않는 곳을 골라

어는점 밑으로만

입술을 깨물고 누워 단단해지다 결국

고체로 봉인된다





모세혈관의 피를 얼리고

허파의 온기를 고드름으로 바꾸더라도

집요하게 헤집어 파고드는

곡괭이 끝에서 박살이 날지언정

끝끝내 풀어내지 않던 사연

긴 빙하기 내내의 침묵





이따금씩 찾아오는 간빙기

봇물처럼 그제서야

아무데서나 터져 나오는

산 하나를 다 적시고도 모자라

강이 되어 굽이치게 될 이야기








만년설

Grindelwald. Switzerland/ 06.2025 / Mira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