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나는 일로만도
하루종일 허기졌던 날들
주머니 제일 깊숙한 곳을 더듬다가
솔기 사이에서 단단해진
가장 아프지만 아름다운
이상한 기억들을 홀딱 뒤집어
기름때 묻은 승강장 비둘기들에게
탈탈 털어 모이로 내주었다
삽시간에 새카맣게 모여든
굶주린 목울대도
심지어 가끔은
무지개 때깔로 쿨럭인다
버리고 떠나며 돌연했던 것은 나라며
의심조차 해보지 않았던 승강장
돌아오는 사람들보다 떠나는 사람들의 행색이
언제나 더 눈에 띄던
붙박혀 정차한 열차 안에서
나는 정작 꿈쩍도 못했었고
사실은 네가 천천히 떠나고 있었다는 걸
언제나 뒤늦게 알아차려서
그토록 많았던 결별은
지독한 착시 때문이었다
열차 승강장
Manarola. Italy / 11. 2023 / Mi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