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것에 실려
뭍으로 끌려나와
당치도 않은 지평선에 걸려
갈매기 하품보다 기껏 조금 큰
이 작은 항구의
눈요기거리나 될 줄 알았다면
찬란했던 날
파도 꽤나 맵시나게 가르며
반들거리던 어깨를 맞겨뤄
툭하면 멱살을 쥐어잡고
엎치락뒤치락하던
풍랑의 시비에 못이기는 척
수평선쪽으로 떠내려가 차라리
수장水葬을 당했어야 했다
믿을 수가 없던 날들
수치심과 환멸은
배멀미처럼 캄캄하게 깊어지다
욕지기와 기도가 번갈아 출렁이고
급기야 신으로 불리는 모든 것들과
헐값의 담판도 서슴치 않았다
다시, 단 한 번만이라도
짠내 나는 뱃고동에 몸을 소스라쳐
저 망망茫茫의 장소에 그물을 던져 걸고
날 것으로 솟구치는 등푸른 생명들
붉은 아가미 소리없이 아우성치는
만선滿船일 수 있다면
당신이 하라는 모든 걸 하겠노라고
꼼짝없이 산채로 풍장風葬을 치르며
힘줄과 뼈가 삭아가던 긴 세월
마지막 뱃노래도 가물가물 할 때 즈음
그제야 들리기 시작하는
바다의 꽉 찬 침묵
만선 (滿船)
Ejerslev Havn. Denmark / 04.2025 / Mi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