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 시행사의 광고로 시끄러웠던게 작년 여름의 일이었다. 결국 시행사는 사과문을 내고 광고를 내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는 그때 왜들 그러지? 싶었다. 그 전에도 '대한민국 1%만 사는 곳' 이라든가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 '잘 지내냐고 묻는 옛 친구에게 내 차를 보여줬다...' 따위의 광고도 보아온 터라. 여기에 발상이 다른 데가 있는지.
한때 이런 것도 있었다.
해외에 살면서 나는 탄식했다. 오 마이 프레스티지 코리아... 그리고 어지러움을 느꼈다. 우리 인간은 본질적으로 정말 이렇게 화려함과 고급스러움, 그리고 휘황찬란함을 지향하는 존재인걸까. 아닌 것은 순전히 내 개인의 취향일뿐 인간은 궁극적으로 이런 것을 추구하고 지향하게 돼 있는 것인가.
최근 온라인 신문기사를 보다가 한 아파트 입구에 세워져 있다는 비석(?)의 휘황찬란한 싯구를 접했다.
나는 또 어지러웠다. 영원한 파라다이스. 지상낙원, 유토피아...
그리고 잠시후 차분히 정신을 가다듬고 나니 궁금해진다. 그런데 퍼스티지가 뭐지? 네이버 영어사전에 검색어를 넣으니 아파트 이름이 들어간 영어 예문만 뜬다. 구글에 검색어를 넣어보니 그냥 first age 라고만 나오는 것을 보니 영어에 그런 단어는 없는 것 같다. 나는 이 '퍼스티지'를 붙들고 한참을 씨름해야 했다.
혹시 그 이전에 나왔던 prestige (네이버 사전 뜻풀이 ; 위신, 명망, 고급의, 선망을 얻는) 에 first(첫번째, 1등) 를 합친 말인가? 하여 firstige? 프레스티지만으로는 성이 안차서 뭐든 최상급, 1등급을 지향하는 염원이 담긴 조어인걸까.
나는 이런 현기증 나는 아파트 이름들을 보면서 늘 궁금했다. 요즘은 주소체계에 도로명으로 바뀌어서 우편물을 보내거나 할 때 간단히 도로명과 번지수만을 기입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만일 그 이전처럼 한다면 tower palace 몇동몇호, palace 73 몇동몇호, lotte castle 몇동몇호, 이런 식으로 쓰는지 말이다.
짜장면 배달시킬 때는 분명히 그렇게 하리라. 무슨 궁전 몇동몇호에 짜장면 세그릇이요~ 무슨 성에 몇동몇호에 짬뽕 두그릇 탕수육 중짜 하나요~...
듣기만 해도 남다름을 뿜어내는, 모두가 우러러보는 고급스러운 궁궐같은 아파트 꼭대기층에서 한강 전체를 내려다보며 사는 것이 진정 우리 모두가 꿈꾸는 삶인게 맞는건가. 그러지 못하니까 꿈도 안꾸게 된 것이 맞는건가. 나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