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반복적으로 궁금해 하는 일이면서도 언제나 답을 알 수 없는 일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먹을게 귀한 시절에 먹는 타령이 많을까 그렇지 않은 때에 그럴까 하는 것이다.
먹는 일은 예로부터 가장 중요한 일이어왔다. 지난 19세기, 배고픈 민중에게 호응을 얻었던 교주 최시형의 명제 '밥은 하늘이다'는 말은 간결하게 삶의 진실이 아닐까.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는 옛 속담이 만들어진 것은 굶어죽은 사람이 많은 때가 아니었을까 짐작이 된다. 잘 먹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인데다 못먹는 일이 죽음의 원인이 되는 일도 흔하다 보니 생겨난 말이 아닐런지.
인류 역사상 악명높은 나치의 유태인 수용소에서도 그랬다지 않은가. 굶기를 밥먹듯 하고 그마저도 형편없는 음식을 공급받는 사람들이 과거 평범한 일상에서 평화롭게 누리던 음식 얘기를 하면서 견뎠다고.
한 때, '밥 먹고 합시다~ 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이런 말을 많이들 했었다. 그것은 다만 일을 하느라 끼니를 걸러가면서까지 해서는 안된다는 뜻이었을테고 그것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이 먹는 일이 오락이 되고 예술이 되고 심지어 스포츠가 되고 있는듯한 느낌이다. 브런치에만 해도 음식 이야기 먹는 이야기를 참 많이 볼 수 있다. 각종 소셜 미디어도 자기 뭐 먹고 사는지 여행가서 뭐 먹었는지 이야기는 비중있는 소재이다.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뭐 먹으면서 잡담 나누는 형식의 프로그램이 어찌그리도 많은지. 미디어 등에도 무슨 빵집, 해외 무슨 프랜차이즈 음식점들, 커피집 오픈 소식, 그 앞에 열정 가득한 사람들이 줄지어 선 모습은 내겐 신기할 뿐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기괴하기 짝이 없는 '먹방'이다. 나는 그것만은 없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어떻게 그렇게 몰문화적이고 반인간적인 발상이 있을 수 있을까. 누가누가 음식을 잘 만드나는 고전이고 누가누가 많이 먹나가 구경거리가 될 줄이야.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에 동의하지만 사람의 행위엔 귀천이 있다고 믿는다. 이 '먹방'을 행하는 사람은 결단코 천하다. 문제는 그것을 쳐다보고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 덕에 그들이 돈을 많이 벌고 인기있는 직업이 됐다고 하는 데에서 나는 할 말이 없다. 그래도 먹방만큼은 인간의 지성으로, 행하는 일도 보는 일도 자제해야 한다고 믿는다.
요즘 2000년 하고도 반세기를 얹은 바로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하나같은 염원은 '때깔 좋은 귀신'이 되고자 하는 것인가. 이렇게 먹는 타령이 많은 때는 풍요로운 시대이고 과연 문화적으로 고양된 것이긴 한건가. 이 역시 궁금하나 답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