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의 추억

트럼프 대통령 탄핵 심판으로 떠올려본 두 번의 탄핵

by 대륙의 변방

최근, 취임이래 말 많고 탈 많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미국 하원에서 탄핵소추를 제기하였다는 뉴스를 접했다. 탄핵, 소추 등 이 어려운 단어들을 접하면 동시에 아주 오래전 사회 교과서에 함께 나왔던 국회의원 재적의 과반수가 어쩌고 2/3가 어쩌고 하는 내용들이 함께 떠오르지만 그게 어쨌다는 건지는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정확히는 도통 모르겠는 일이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 건을 보면서 내가 교과 밖에서 실제 겪었던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이 떠올랐다.


#탄핵의 추억 하나

2004년 그날은, 광화문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에 꼬맹이들 한 놈씩 캐리어에 태우고 다녀오는 길이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시장길을 지나 아파트 입구에 들어섰을 때, 누군가 남녀 한쌍이 우리에게로 접근하는 것이 보였다. 앗, 저들은... 어디서 많이 보던... 그들이 바로 내 앞에 섰을 때 당시 내가 살던 지역구 국회의원 박성범과 그의 아내 신은경 씨라는 걸 알게 됐다. 길거리에서 주민인지 유권자인지를 대하는 그들 특유의 친화성이 돋보이는 제스처로. 순간, 나의 대뇌의 인지 및 추론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에서는 느낌표 세 개가 찍히면서 직관적으로 경계태세를 명하는 동시, 심장이 쫄깃해지며 두 눈과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반응이 느껴졌다.


이보시오 박의원~~~

당신들 그러는 거 아니 왜다~ 당신들은 사사건건 추상에 반대편에 서서 발목을 잡고 늘어지더니 대관절 추상이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그리 작당하여 백성 사랑이 남다른 추상의 손발을 묶어놓는단 말이오~

언제까지 백성을 나 몰라라 여기며 당리당략만을 앞세워 그따위 정치 놀음만 일삼을 작정이란 말이오~~

당신들의 그 횡포는 훗날 역사가 평가할 것이란 걸 왜 모른단 말이오~ 당신들은 정녕 하늘과 백성의 눈이 두렵지 않단 말이오~


눈을 들어 저 인왕산 아래 광화문을 똑바로 바라보시오~ 백성의 결집된 힘이 진정코 두렵지 않소이까~

오만과 탐욕으로 가득 찬 소인배인 당신들이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상록수'를 열창하던 추상의 뜻을 한점 헤아릴 수나 있겠소이까~ 제발 통 큰 정치를 하시오~ 제바~~~~ㄹ.


박 의원~ 이 손 놓으시오. 내 아해들에게 수작 부리지 말고 한 발 물러서시오~

사진출처. 동아일보

내가 지금 어딜 다녀오는 길인지 알고나 이러시는 것이오~

추상을 돕지는 못할망정 백성 위해 일 좀 하게 내버려나 두시오~ 그러고도 당신들이 국가의 녹을 먹는 선비라고 할 수가 있단 말이오~ 부끄러운 줄 아시오 박의원~~

내일 당장 국회에 가서 동료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하겠거들랑 당장 이 손을 놓으시오~



그러나... 정작 내 입에선 나간 말은, 안녕하세요... 에 이어 애기가 몇 살이냐, 환절기인데 감기는 안 들었느냐 따위의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답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끝에는 너무나도 공손하게 '수고하세요...'도 덧붙였다. 에이 이게 아닌데...

핑계 같지만 그게 그렇더만. 흰 천막 속에 들어가서야 눈치 안 보고 절대 찍어주나 봐라 하며 혼자서 활개 치지만, 텔레비전 뉴스에서만 보던 정치인과 face to face는 소심한 소시민에겐 기가 좀 딸리는 거더만. 그래서 정치인들이 선거철 되면 시장에 가서 어묵 먹고 애기들 안아주고 목욕탕에 가서 때 밀어주고 그런 건가 보다. 게다가, KBS 9시 뉴스의 오랜 터줏대감 같은 앵커였던 박의원, 그는 카리스마가 좀 있는 사람이더만. 그와 뉴스를 공동 진행했고 후에 둘이 결혼한 신은경, 그녀는 TV 화면 밖에서 봐도 빛나는 미모에 남다른 아우라가 좀 있더만. 그 짧은 대면에 그들의 드라마틱한 로맨스가 그들을 남다르게 보이게도 하더만. 머리에서는 시사주간지를 읽고 있는데 가슴에서는 여성지를 읽고있던 나. 에이 이게 아닌데...


그들과 헤어져 집으로 걸어오는데 뒤늦은 후회로 왜 그리 짜증이 나던지.

말 배우기 시작하며 뭐라도 조잘대던 큰 아이가 묻는다.

엄마 왜그예? 엄마 화나떠? 어, 엄마 화났어.

왜 하나떠? 엄마가 똑똑하게 못해서 기분이 막 나빠.

엄마 그예서 우이야그예? 우이야고?

아니, 울진 않을 거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빠.


#탄핵의 추억 둘

그로부터 12년 후, 평범한 동네 아저씨 같은 서민 대통령을 탄핵하지 말라고 모였던 그 자리에, 이번엔 딴 나라 공주 같은 대통령을 탄핵하라고 사람들이 연일 모인다는 소식을, 나는 멀리 이곳 캐나다에서 듣고 있었다.


해외에 살면서 출신 국가에 대한 물음에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Korea'라고 답하면 십중팔구 따르는 통상적인 대화가 있다. 주로 첫 질문은 north냐 south냐인데, south라고 답하면 사람들은 왜 안도의 제스처를 보이는 건지 모를 일이다. 설령 내가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에서 왔다한들 그들이 뉴스에서 접하곤 하는 김정은과 동일시할 일은 아닐 텐데. 그다음은, 니들 둘이는 언어가 같냐, 니들 둘이는 서로 왕래할 수 있냐. 너는 가봤냐. 니 친척 중에 북쪽에 있는 사람이 있냐. 거기까지는 이 내 짧은 영어로도 단답형으로 대응하면 충분할 테고, 그들도 디테일은 원하는 바가 아닐 거다. 그리고 세상에 김정은 모르는 사람은 없는 듯 보일만큼 안 빠지고 따르는 그에 대한 코멘트에 대해서도 '그러게, 내 말이~' 정도로 짧게 응수하면 그것으로써 지구 반대편 한반도 분단 상황에 대한 이해의 기초를 제공한 셈이 되리라.


박근혜 탄핵.jpg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그런데, 2016년 당시 내가 겪은, 아니 지켜본 두 번째 대통령 탄핵에의 움직임이 뜨거울 무렵, 'Korea'관련 화제의 고정 메뉴가 바뀌었음을 피부로 느꼈다. 늘 '김정은'을 언급하던 이들이 그때는 'south의 김정은'을 묻기 시작한 것. 그것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흔히 커뮤니케이션 스킬에서 말하는 closed-ended question이 아닌 영어 짧은 이들에게 완전 쥐약인 open-ended question으로!


"너네 나라에서는 도대체 요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냐?"!!!!!


헉- 어... 엄... 웰... 기리니까 설라무네 고거이...

아, 바로 이 순간 누가 지나가다 넘어지면서 날 좀 덮쳐주었으면...


잠시 후, 급당황의 쓰나미가 지나가자마자 곧이어 단전께에서부터 끓어오르기 시작해 온몸을 휩싸고 도는 분노와 짜증의 토네이도. 그녀가 권좌에 오르는데 한 표 보태준 건 없었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씩이나 되어가지고설랑 물설고 낯선 이역만리에서 사느라 욕보는 재외국민을 이렇게 힘들게 하다니, 가카 나빠여~~~


2020년 새 해가 되자마자 '다사다난'의 아이템들을 쏟아내놓기라도 하듯 지구촌 세상은 조용하지 않다. 한반도 남녘땅이든, 북녘땅이든, 북아메리카 대륙에서든 한자리 차지한 이들은 모두 자리에 맞는 일들을 하여 우리네 세상에 진정 '사람 사는 세상'의 평화가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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