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 작아서 슬픈 짐승이라면, 누구일 거 같아? 아니 뭐 일거 같아? 라고 물어야 했나? 아니아니, 그러고 보니 짐승들은 다 코가 작네. 거의 콧구멍만 뚫려 있다고 봐야 하지 않나? 그렇다면 이미 질문에 벌써 힌트가 있는 셈이네. 코가 작아서 슬픈 짐승은 바로 나야 나.
'내 자신감의 원천은 오똑 코' 이런 사람도 아니었지만 뭐 슬프기까지 한 적은 딱히 없었다고. 아직 눈코입이 두루뭉실할 꼬맹이 적에, 코 납작하다고 가족들에게 놀림을 받았었지. 하지만 크면서는 콧대가 올라오더라고. 또 모르지. 요즘 성행하는 성형외과에서는 내 코 사진을 '비포'사진에 넣고 옆에 쭉 뻗어올라간 높은 코를 '애프터'에 배치해서 광고하고 싶을지도. 하지만 난 내 코에 큰 불만없이 반백년을 살아왔다 이거야.
코로나가 번지면서 늘 콧구멍에 길다랗고 작게 축소된듯한 막대기 쑤시는게 일상이 되었잖아. 그때 나는 두번쯤 콧구멍이 남들보다 작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지. 내겐 그 사실이 놀랍지는 않아. 꼬맹이 적, 나는 콧구멍이 작은게 콤플렉스였었거든.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땐, 살짝 콧평수를 넓혀서 찍기도 했던 기억이 나. 어린 마음에 입술은 두껍다고 생각해서 입술은 살짝 안으로 깨물고. 하하하 그야말로 유치했네.
코로나 초기, 실제 내가 검사하는 일을 한 적이 있는데 난 그때 놀랐다는 거 아냐. 콧구멍은 무슨 기능을 하길래 대관절 인간으로서 이렇게나 광활할 필요가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사람도 많더라니까. 특정인종을 비하하는 건 아닌데 우리가 짐작할만한 인종 사람들은 정말 커. 마치 동굴같아. 콧구멍 이야기를 한참 하니 너무 격 떨어지는 것 같기는 하네. 미안~
콧구멍에 대해서는 그냥 그래 나 좀 작아. 그래서 뭐..하는 정도로 지내왔단 말이야. 그런데 이놈의 코로나가 계속 되니까 마스크도 그냥 마스크로는 충분하지 않대지 않어. 그래서 환자가 발생했다 하면 N95 마스크를 껴야 해. 어? 근데 마스크는 끼는거야 입는거야 착용하는 거야? N95라는게 공기중의 작은 입자를 걸러내서 호흡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헐렁하면 안되지 않겠어. 그러니까 각자가 자기 사이즈에 맞는게 필요하겠지.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mask fit testing' 이라 해서 이게 필수에요. 코로나 이전에도 이걸 몇 년에 한번씩은 주기적으로 해야 했어. 갑자기 살이 쪄서 얼굴 모양이 달라질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일하는 기관에 각 개인의 사이즈의 마스크를 모두 갖추고 있는게 또 필수고. 여차해서 이 마스크가 필요한 일이 발생하면 쓸 수 있도록 말이야.
여태 나는 그 검사를 여러번 했었거든. 그래서 나름 내 사이즈를 알고 있었다고. 그런데 코로나가 오래 되면서 뭐랄까 보다 정밀한 검사를 하게 된거야. 실제 마스크에 구멍을 뚫어 튜브를 연결해서 컴퓨터로 완벽 차단이 되는지를 테스트 하더군. 그런데 남들 다 하고 가는데 나만 오래 걸려 이거 해보고 저거 해보고... 이틀에 걸쳐 시도했는데도 결국 못찾았어. 무엇을 써봐도 다 새는거 있지.
내가 한국인 평균으로 보면 얼굴이 좀 작은 편에 들어가지만, 몸은 산 만해도 얼굴만은 작은 체로 머무는, 왜 그네들 있잖아. 우리가 알만한 특정 인종들에 비하면 그냥 평범한 정도일뿐야. 그런데 그들은 다 철통같이 막아내는데 나는 왜 새냐고오~~ 김 새게... 새는 곳은 여러 군데가 있을 수 있겠지. 턱 쪽, 볼 쪽, 눈 아래 쪽... 제일 작은 사이즈를 해도 샌다길래 내 얼굴이 그 정도로 작은 건 아닐텐데 아동용을 써야 하나 하고 있을 때 밝혀졌어. 범인(?)은 코! 코가 작아서 밀착해서 눌러줘도 미세하게 틈이 생기는거였어! 나 참. 피에로가 쓰는 빨간 코를 하고 마스크를 쓰면 밀착돼서 안 샐라나. 상상해보니 좀 웃긴다.
문제는, 콧구멍 작아서 콧 평수 넓혀서 사진 찍는 정도의 문제가 이젠 아니란 거지. 코로나가 인류에게 있어 미증유의 일이었듯 무슨 일이 일어날줄 아냐고. 재난영화같은데 나오는 일이 벌어져서 특수 마스크나 방독면 같은 거 없으면 픽픽 쓰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쳐봐. 실실 새는 마스크를 쓸 수 밖에 없는 나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거잖아! 그놈의 작은 코 때문에!! 그러니 코 때문에 서서히 질식해 죽어가야 하거나 감염되면 즉시 치명적인 코로나보다 더한 바이러스에 걸린다면... 결국 코가 작아서 슬픈 짐승으로 운명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거 아니냐고. 아, 말하다보니 점점 슬퍼진다 진짜.
어찌 될지 모르겠어. 결국 그쪽 전문 업체에서 방법을 찾아낼지, 아니면 코 때문에 특별히 취약한 인간으로 분류될지. 이러든 저러든 코로나는 물론이고 행여 그보다 더한 뭐시기는 정말 닥치지 말아야 해.
만의 하나라도 내 심경의 어떤...변화는 안 일어나겠지? 그렇겠지? 일테면 말야, 왜 그런 사람들 있잖아. '어우 나는 내 외꺼풀 눈이 정말 좋은데~ 눈썹이 찔러서 할 수 없이 쌍까풀 수술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뭐 그런 것처럼 말야. 나는 내 작은 코가 좋지만, 마스크가 맞는게 없는데 어쩌겠어용~~ 에이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