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그 한가운데에 유치원은 일주일간의 방학을 맞는다.
맞벌이 부부인 우리에게 다행인 건, 아이를 봐주실 수 있는 우리 엄마가 계신다는 것. 덕분에 굳이 성수기에 연차를 길게 내어 여행을 떠나지는 않는다. 이번에도 하루 정도만 남편이 연차를 내어 아이와 함께했고, 나머지 시간은 엄마 집에서 방학을 보냈다. 오히려 내 회사가 엄마 집과 가까워서 출퇴근이 더 편했다.
방학 중 하루, 월말이라 근무 시간을 미리 채워둔 덕에 두어 시간만 일하고 퇴근할 수 있었다. 그날은 아이와 엄마, 아빠가 함께 회사 근처로 와서 소소하게 탐방도 하고 카페에서 빙수도 먹기로 했다.
이전에 한 번 온 적이 있었지만, 몇 년이 흐른 지금 아이는 호기심이 훨씬 더 커져 있었다. 외부 공원, 호수, 박물관을 끊임없이 돌아다니고, 카페에서 빙수를 실컷 먹으며 무려 다섯 시간을 내가 있는 공간 근처에서 즐겁게 보냈다.
그리고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엄마가 일하는 곳도 가보고 싶어!”
하지만 외부인은 출입할 수 없다는 내 말에 많이 아쉬워했다. 문득 생각해 보니, 내가 어릴 적엔 아빠 사무실에도 놀러 갔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보안이 중요한 시대라, 내 일터를 아이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게 내심 나조차도 아쉬웠다.
집에 돌아온 후에도 아이는 “엄마 회사에서 놀았던 게 너무 좋았다”고 몇 번이고 말했다.
워낙 어릴 때부터 일을 했던 엄마였기에, 항상 함께 시간을 보내주지 못해 미안했고, 아플 때 옆을 지켜주지 못해 죄스러웠는데… 그럼에도 내 일터 근처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준 아이의 모습에, ‘아, 나 그래도 아이에게 어느 정도는 자랑스러운 엄마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오늘도 어김없이 전투적으로 일하고, 잔걸음으로 퇴근해 집에 오자마자 아이에게 집중해 놀아줬다. 그런데도 문득, ‘왜 조금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이 고개를 든다.
그래도, 나를 자랑스러워하는 아이가 있기에 나는 내일도 달려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