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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와 친해지기 어려울까?

개발자의 속마음

by mingdu

일을 하다 보면 개발자와 가장 많이 협업하는 직군은 단연 기획자다.
개발자는 기획자가 상상하고 구상한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 내는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기획자와 개발자 사이에는 크고 작은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내 경험상 가장 큰 충돌은 ‘현재 상황에 안주할 때’ 발생했다.
예를 들어,
“저번처럼 해주세요.”
“이거랑 똑같이 만들어주시면 됩니다.”
이렇게 기존 페이지를 캡처만 해서 요구하는 경우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같은 상황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터베이스 구조가 다르거나, 서비스 로직이 달라질 수도 있고, 심지어 겉보기엔 같은 페이지처럼 보여도 실제 기능은 완전히 다를 때도 많다.
이럴 땐 일단 한숨부터 나온다. 결국 성의 없는 기획으로 인해 수차례 대화가 오가고, 심하면 개발자가 직접 기획까지 보완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그렇다면 기획과 개발은 앙숙일 수밖에 없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새로운 시도를 담은 기획이 오면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고 흥미가 생긴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더 큰 동기부여를 얻는다.
물론 단순한 상상에 그치는 기획이 아니라, 다양한 경우의 수를 꼼꼼히 고려하고 그 결과까지 충분히 고민한 기획일 때다.
그런 기획을 받으면 오히려 의견을 보태고 싶어지고,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싶어진다.



사실 기획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는 개발자와 일하는 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이건 직군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성향 문제다.

결국 중요한 건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태도다.
그런 모습이 보일 때,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자연스럽게 힘을 합치게 된다.
기획이든 개발이든, 서로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면 ‘앙숙’이 아니라 ‘동료’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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