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힘을 주는 그녀

by mingdu

아이를 키운 지 약 6년 반.
아기 때는 울고 웃는 모습만으로도 귀여워서 행복했고,
아장아장 걸을 때는 그 모습이 신기해서 또 행복했고,
말을 하기 시작했을 때는 귀를 간질이는 혀 꼬인 발음에 웃음이 났다.
매일, 매 순간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며 나에게 행복한 기억을 안겨주던 아이가 이젠 나에게 먼저 위로를 건네는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다.


최근 회사에서 힘든 일을 겪고 집에 와 남편에게 에피소드를 털어놓고 있었는데,
아이가 다가와
“엄마, 오늘 왜 기분이 안 좋아?”
라고 물었다.
그냥 힘들었다고만 말해도 됐을 텐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 아이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어졌다.
가만히, 아주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던 아이는 내 말이 끝나자 이렇게 말했다.
“급하다고 일을 줬으면 같이 남아 있어야지.
아니면 아예 주지 말아야지!! 나쁜 사람들이야!!”
그 말에 나와 남편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니까~ 7살 아이도 아는 걸 어른들이 그렇게 모르다니.
정말 나빴네!”
하고 말하며,
그날 하루 가득 쌓였던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며칠 뒤, 회사 일과 여러 일정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다 잠시 찾아온 휴식일.
온몸이 너무 춥고 졸려서 오들오들 떨며 소파에 누워 잠시 잠을 청했다.
얼마쯤 지났을까, 갑자기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잠에서 깼다.
눈을 떠보니 아이가 아빠 품에 안긴 채 울먹이며 말하고 있었다.
“엄마 많이 아픈 거 아니야?
엄마 아파서 힘들면 어떡해…”
너무 놀라 급히 아이를 안아주며 말했다.
“엄마 안 아파. 아까는 너무 춥고 졸려서 그런 거야.
자고 일어나니까 괜찮아. 엄마 걱정해 줘서 정말 고마워.”
그 순간, 몸보다 마음이 먼저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며칠 전,
회사 일로 인해 야구 레슨에 가지 못한 날이 있었다.
내가 야구 레슨 가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아는 아이는 운동을 못 하고 늦게 집에 돌아온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좋아하는 운동도 못 하고 늦게까지 일하고 와서 힘들겠다. 근데 나는 엄마를 조금 더 일찍 봐서 너무 좋아.”
그러곤 꼬옥 안아주었다.



요즘 들어 아이가 건네는 이런 따뜻한 말과 행동들 덕분에
힘든 일이 있어도 ‘그래도 괜찮다’고, ‘이겨낼 수 있다’고 느끼게 된다.
아이를 키운다는 일이 이제는 내가 일방적으로 아이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고 도와주는 시간이 아니라,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각자의 하루를 살아갈 원동력이 되어주는 일이라는 걸 요즘 유난히 깊이 느낀다.


나 또한 아이에게

조금 더 큰 세상으로
조금 더 편안하게 나아갈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이 되어줄 수 있기를.
오늘도, 나에게 먼저 위로를 건네는 이 작은 사람을 통해 나는 또 하나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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