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다니는 영어학원은 요즘 흔히 하는 레벨테스트도 없었고, 무엇보다 하원 차량이 아파트 지하주차장까지 직접 들어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처음 보내게 되었다. 이전에 다니던 학원은 차량 운행이 없어 할머니가 매일 도보로 등하원을 해야 했고, 아이 역시 영어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아 여러모로 번거로움이 컸다. 그런 이유로 학원을 옮기게 됐다.
새로 옮긴 학원에서 아이는 처음엔 힘들어했지만, 곧 적응해 즐겁게 다니기 시작했고 영어에도 흥미를 보이는 듯해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1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하원 차량과 관련된 문제가 반복되면서, 아이의 안전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엄마로서 고민이 깊어졌다.
처음 문제가 생겼던 날은 할머니도 일정이 있었고, 나와 남편 모두 회사 일로 하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민하던 중 언니와 형부가 대신 아이를 데리고 가 주겠다고 해, 혹시 학원에서 혼란스러울까 싶어 알림장에 미리 ‘오늘은 이모, 이모부가 하원합니다’라고 남겼다.
그런데 그날, 아무리 기다려도 하원 차량이 오지 않았고 확인해 보니 학원에서는 아이가 직접 하원하는 걸로 잘못 인지해 아이가 혼자 학원에 남아 있었다. 너무 황당했지만, 우선 아이를 빨리 데려오는 게 우선이어서 언니에게 다시 연락해 직접 데려와 달라고 부탁했다.
이후에도 등하원 변경 사항을 미리 전달했음에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여러 번 연락을 주고받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리고 어제, 퇴근길에 재택근무 중이던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아이가 할머니와 함께 너무 늦게 들어왔다는 이야기였다. 자초지종을 듣고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고, 상황은 이랬다.
할머니는 평소처럼 지하주차장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고, 차가 막혀 조금 늦는다고 생각하며 기다리다 20분이 지나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다른 부모가 학원에 연락했지만 “곧 도착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다시 기다리는 동안에도 아이는 오지 않았고, 재차 확인해 보니 아이는 다른 층에서 하원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아 다른 아파트로 이동하기 직전이었다고 한다. 결국 긴 기다림 끝에 차량이 도착하여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차 안에서 아이가 20분 가까이 기다리는 동안, 차량 기사나 학원 측에서 아무런 연락이나 조치가 없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엄마는 통화 중 그동안의 걱정이 몰려왔는지 울먹이셨고, 그 모습에 나는 더 화가 났다.
아이 혼자 기다렸을 시간과, 아이의 행방을 몰라 불안해했을 엄마를 떠올리며 학원에 연락했고, 이후 사건 경위와 함께 장문의 사과 메시지를 받았다.
부모는 아이를 기관에 맡기는 동안, 그 기관을 신뢰하고 맡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의 안전이 걸린 문제 앞에서는 그 어떤 이유로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아이가 즐겁게 다니고 많은 것을 배우는 곳이라 할지라도, 안심하고 믿을 수 있다는 기본적인 신뢰가 먼저일 때 비로소 다른 장점들이 보이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