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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사람들 ep 1

나로 만난 사람들

by mingdu

첫 직장에서 만난, 도레미 언니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어언 11년.

중간에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잠시 사회에서 떠나 있던 적도 있었지만 세 개의 회사에서 약 9년 동안 일하며 소중한 인연들을 만났다. 사회생활을 하며 스쳐간 수많은 얼굴들 중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소속이 달라졌음에도 그 인연들과 난 여전히 함께 하고 있다.

첫 회사는 누구에게나 큰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새로운 시작을 하면서 겪게 되는 힘든 일들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창구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1년 선배인 언니는 우리 동기들 사이에선 ‘군기반장’ 같은 존재였다. 그렇지만 일을 잘해 업무적으로 배울 것이 정말 많은 선배였다. 그리고 뒤끝이 없고 자기 할 일을 잘하기만 하면 한없이 착하고 유쾌한 선배여서 그 언니와 친해지기 위해 내가 더 일을 열심히 하기도 했던 것 같다.

2년 선배 언니는 입사 초반부터 큰 힘이 되어줬다. 기술적인 조언은 물론, 사회생활의 기본까지 알려주며 교육 과정 동안 나를 많이 도와줬다. 또한, 본인 동기들과도 시간을 가질 수 있게끔 자리를 마련해 줘서 신입사원임에도 빠르게 선배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그렇게 어느새 우리는 회사에서 도레미로 불리며 개인적으로 만나기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매일 커피타임을 함께 하면서 선후배를 떠나 친한 언니 동생 사이처럼 고민 상담도 편히 하는 관계가 되었다.

우리는 언젠가 크루즈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자는 막연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이 언니들과는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정말 언젠가, 셋이 함께 크루즈를 타고 바다를 가르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땐 아마, 지금 이 순간들을 떠올리며 더 많이 웃게 될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회사, 황금기의 사람들


두 번째 회사는 장담컨대 가장 사람들과 교류가 많았던 나의 사회생활 황금기였던 것 같다. 바쁜 시기에 입사를 해서 자연스럽게 일을 하면서 팀원들과 친해질 수 있었고, 부서 간 협업이 많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중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팀원이 있었다. 처음에는 같이 협업하는 일은 없어서 데면데면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집도 가깝다는 사실도 알게 되고, 커피도 마시고 회식도 하면서 대화를 하다 보니 나와 잘 맞는 부분이 굉장히 많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어느새 회사에서 힘든 일이 생기면 둘이 고개를 돌려 서로 바라보며 그날은 같이 술 한잔 하며 힐링을 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그 친구와는 세 번째 회사까지 함께 하며 내 일상의 반 이상은 함께 하고 있는 소중한 인연이 되었다.

또 한 명의 친구는 나보다 1년 반 정도 뒤에 입사하였는데, 앞서 말한 친구가 감정적으로 나와 잘 맞는다면 이 친구는 성격적으로 잘 맞았다. 또한, 섬세한 계획력이나 친화력은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친구였다. 심지어 야구를 좋아하는 취미까지 비슷해 입사와 동시에 바로 친해질 수 있었다. 현재까지도 내 카톡 상단에 늘 그 친구의 메시지가 떠있을 정도로 매일의 일상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나의 상사였던 파트장님이 있다. 진짜 무섭고 칼 같아서 초반에는 가끔 회사를 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열심히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신뢰를 얻게 됐다.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고민이나 힘든 부분들을 나에게 토로하기도 하셨다. 지금도 "내가 정말 아끼고 좋아하던 직원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아파서 퇴사한 게 아니었다면 절대 못 그만두게 막았을 거야"라고 말씀하신다고 한다. 가장 무서웠던 나의 상사였지만 멋지고 일과 가정을 다 잡은 배울 점이 많은 나의 롤모델이다.



지금, 새로운 일상 속의 인연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는 육아와 병행하며 일하다 보니, 이전처럼 폭넓게 사람들과 어울릴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5살이나 어리지만 '사실 나이 속인 거 아니야?'라고 느낄 정도로 대화가 잘 통하는 친구가 있다. 입사 동기인데, 코로나 시국에 초반에는 재택근무로 인해 거의 친밀감 없이 지내다가 출근을 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친해지게 되었다. 알게 된 시간은 짧지만 같이 여행도 가고 종종 우리 집에 초대해서 아이와 같이 놀기도 한다. 현재 그 친구는 퇴사를 했지만 여전히 우리는 퇴근하고 만나서 술 한잔 기울이며 웃긴 농담들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환경을 넘어 남는 사람들


혹자들은 말한다. 사회생활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 환경을 나오게 되면 계속 유지될 인연은 아니라고. 그렇지만 난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면 10여 년의 사회생활을 겪으며 난 소중한 인연들을 찾았기 때문이다. 회사가 너무 싫고 힘들어도 그 사람들 덕분에 버텼고, 회사가 좋았던 건 그 사람들이 내 곁에 있어주었기 때문이었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가뭄에 콩 나듯 나에게 찾아와 주는 소중한 인연이 있기에 오늘도 나는 기대한다.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사람이 내 곁에 와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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