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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사람, HSP

내 마음 돌보기

by mingdu

최근 우연히 "나는 왜 남들보다 빨리 지칠까"라는 책을 접했다. 처음에는 그냥 제목을 보고 "어? 이게 무슨 책이지?"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책을 통해 HSP라는 성격유형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고, 호기심으로 조금씩 읽어 나가다가 어느 정도 나도 이 성격 유형에 해당되는 사람임을 인지하게 되었다.

HSP는 Highly Sensitive Person의 약자이고 매우 예민한 사람, 과민한 사람을 말한다.

책에 있는 간략한 검사를 했을 때는 살짝 예민한 정도의 성향이라고 나왔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 성향과 많은 부분 비슷함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너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왜 이렇게 과민하게 반응해?"라는 느낌이 아니라, 사실은 겉으로 둔해 보이고 곰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이런 성향이 더 많다고 한다.


내가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 다른 사람에게 민폐 끼치는 것이 싫어서 내가 불편하더라도 감수한다는 것

- 어떠한 상황이나 사람도 다 일인칭 시점으로 인지해서 감정과 감각을 느끼고 공감한다는 것

- 내가 누군가에게 부탁하거나 아쉬운 소리 하는 것은 못하지만 누가 나에게 부탁하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해주려고 하는 것

- 누군가 나에게 무언가를 해주면 그대로 받기보다는 더 큰 것을 해주고 싶어 하는 것

등이 있었다.

감각이나 감정이 조금 더 세밀하고 민감한 성향의 사람들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이 책의 제목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타인과 주변 환경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성격 유형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체력적인 부분을 빠르게 소모하는 경향이 있어서 지친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나라는 사람을 한 번 돌이켜봤다. 생각해 보면 나는 늘 타인의 말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받고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고는 했다. 그게 나의 편안함이었고 행복이었다. 내 사람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대한으로 도움이 되고자 했고, 그로 인해 지인들이 행복해하면 난 그걸로도 기쁘고 뿌듯했다. 그렇지만 정말 '나'를 위한 일들을 해본 적이 있던가?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 온전히 나만을 위해 시간을 들여서 무언가를 해본 적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가령 건강을 위해 몇 년 동안 했던 필라테스도 아이를 키우면서 내 몸이 아프면 육아를 하는데에 지장이 생기는 것을 느끼면서 건강해지고자(사실은 크게 재미가 없음에도) 의무적으로 했다. 친구들과의 약속도 어떨 때는 정말 쉬고 싶었지만 친구들이 서운해할까 봐 힘든 몸을 이끌고도 항상 참석했었다. 핵심은 그런 행동들이 나를 스트레스받게 하거나 불행하게 만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일 순위로 생각하고 있던 주체가 "내"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무언가 내 머리를 때린 듯 띵해졌다.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의 저자인 최재운 작가는 HSP 성향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들을 해주었다.

"남의 시선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나에겐 바보 같은 모습도 있지만 이게 바로 나야.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제일 중요해.

나는 비록 실패를 반복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나는 항상 내 옆에서 내가 성장하는 모습을 응원할 거야."

"자신에게 칭찬과 배려와 위로를 아끼지 마세요. 길고 긴 인생 전선에서 자신을 홀로 내버려 두지 말고, 항상 곁에서 보살펴주세요. 인생에서 진정한 내 편은 그 누구도 아닌 오로지 나 자신 뿐입니다."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정말 중요하고 멋진 마음이다. 그렇지만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음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요즘 내가 가장 실행에 옮기려고 하는 것은 나를 사랑하기이다.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나를 많이 생각하고 나를 사랑하는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책 읽기.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 내가 좋아하는 운동하기. 그동안 시간 내서 해보지 못한 일들도 하고, 회사에서도 혼자서 감당 안 되는 일들이 왔을 때 무리해서 하려고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 보기도 한다. 가끔은 주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약속 잡기 어려운 날엔 거절도 해보고, 마음 내키지 않은 일은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보기도 한다. 물론 안 하던 행동들을 하면서 마음 한켠에는 미안함, 불편함 같은 감정도 생기지만, 반대로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오묘하게 공존한다.

이제는 ‘다른 사람이 보기 좋은 사람’이 아니라, ‘내가 보기 좋은 나’가 되고 싶다.
내 마음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조금씩.
오늘도 나는 나를 돌본다.


※ 참고 도서: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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